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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도움말’ 필요 없는 인간중심 컴퓨터가 필요해

등록 2006-08-17 18:27수정 2006-08-18 14:25

보이지 않는 컴퓨터<br>
도널드 노먼 지음. 김희철 옮김. 울력 펴냄. 1만7000원
보이지 않는 컴퓨터
도널드 노먼 지음. 김희철 옮김. 울력 펴냄. 1만7000원
잠깐독서

1800년대 말 전화기가 처음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그게 어떤 쓰임새를 갖게 될지 몰랐다. 전문가들은 전화기가 도시에 한대씩만 있어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내 광장에 두고, 모여서 공연이나 뉴스를 들으면 되리란 것이다. 물론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기술 진보란 이렇게 예측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전화는 “한편으론 성가지고 귀찮은 존재가 됐다”는 게 <보이지 않는 컴퓨터>(울력 펴냄) 지은이 도널드 노먼의 지적이다. 휴대폰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지적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회사를 떠나도 자유로울 수 없고, 모든 근심에서 해방된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노먼은 “현대의 기술은 우리에게 능력을 부여해주는 것만큼 우리를 그 노예로 만든다”고 말한다. 이 책을 쓴 동기는 여기서 출발한다. 인간은 아날로그적인데, 기술은 디지털인 시대. 그 “오묘한 차이”가 인간이 기술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기술에 의해 인간이 지배되는 상황을 만든다.

제목이 ‘보이지 않는 컴퓨터’지만 그는 현대 과학기술 전반을 겨냥한다. 점점 더 쓰기 쉬운 컴퓨터가 나온다고 하지만, 새로운 컴퓨터 역시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도움말’(FAQ)의 도움이 없다면 온전히 사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노먼은 기술에 사람이 맞춰야 하는 패러다임을 부수고 “인간 중심, 사용자 중심의 인간적 기술”을 실현하는 방법을 제시하려 애쓴다.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은 “그 기술이 깊숙이 감추어져 있어 사용자들이 그것이 있는지조차 인식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어떻게 그런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느냐 하는 방법론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인간 중심의 설계와 방안’에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저자는 풍부한 과학적 지식과 사례를 들며 그 방법론을 제시하지만 그것 또한 이해하기 쉽지만은 않다. 1999년에 처음 출간된 책이라 그동안의 컴퓨터 진화가 담기지 않았다는 점도 걸린다. 그럼에도 저자가 제기한 문제는 우리 모두가 매일매일 살아가며 느끼는 것이라 천착해볼만 하다.

박찬수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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