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린 좋은정책포럼 주최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개혁세력의 진로’ 심포지엄.
“열린우리당은 오락가락 민노당은 비현실적”
중도개혁세력 정치·이념적 재편 강력 요구
새 정당서 후보 나온다면 두뇌 구실할수도
중도개혁세력 정치·이념적 재편 강력 요구
새 정당서 후보 나온다면 두뇌 구실할수도
‘좋은정책포럼’ 학술대회
한국 중도개혁 세력의 재정립이 가능할까. 지난 3월 출범한 좋은정책포럼(공동대표 임혁백·김형기)은 이 질문을 틀어쥐고 있는 대표적 지식인 집단이다. 지난 8일,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린 좋은정책포럼 주최 학술대회는 그 지향이 더욱 분명히 드러난 자리였다.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개혁세력의 진로’를 주제로 한 이날 학술대회에서 좋은정책포럼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은 중도개혁세력의 정치적·이념적 재편을 강하게 주문했다. 그 뼈대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및 한나라당 반대 △참여정부의 이념 부재 비판 △민주노동당 및 사회운동 세력의 급진성향 비판 △개량적 사회민주주의 표방 △한국형 사회대타협 강조 △새로운 중도 개혁정당 수립 강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발표에서 “분명한 정체성과 정책적 지향을 가진 민주정당의 수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마음대로 하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에 대해) ‘잔여적’이다. 한국 정당체제가 안정적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정체성을 지닌 중도 개혁 정당과 민주노동당이 공존하면서 이들 간의 협조와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 ‘반한나라당, 비민주노동당’의 영역에서 어중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중도개혁 세력이 새로운 정치적 둥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좋은정책포럼이 지금까지의 중도개혁세력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은 ‘반보수’의 기치만큼이나 ‘비좌파’의 요소를 강하게 주장하는 데 있다. 과거 중도개혁세력의 대부분은 독재에 맞서 뭉쳐야 한다는 ‘민주 대연합론’으로 이 문제를 봉합했었다. “민주노동당은 비현실적 강령 및 정책과 집회시위 위주의 정치활동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김형기 경북대 교수) “사회운동 내부에서 노동운동의 특권적 지위는 사라져야 하고, 시민사회운동의 공공성이 강화되어 탈계급화해야 한다.”(임혁백 고려대 교수) 민주노동당과 선을 긋는 민주정당의 독자적 정립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형기·임혁백·정해구 교수 등은 참여정부 초기 정책자문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지식인이다. 그러나 올 3월 좋은정책포럼 출범을 계기로 참여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면서 ‘한국형 제3의 길’을 표방하며 새로운 전망을 개척하고 있다. 침체에 빠진 열린우리당과 관련해 이들의 존재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오늘 모임은 민주노동당을 위한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분히 사회민주주의적 색채가 짙은 민주노동당에 비해, 좋은정책포럼은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 노선을 좀 더 ‘개량화’시키고 이를 분명한 정책목표로 삼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지향을 갖고 있다. 김형기 교수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국형 제3의 길에 대한 담론이 지식사회에서 우선 형성되면, 이후 (시민사회)운동사회를 거쳐 정치세력으로 번지길 희망한다”며 “제3의 길을 향한 각계각층의 연합이 형성된다면 좋은정책포럼도 여기에 일조할 것이고, 제3의 길을 지향하는 대통령 후보가 나온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두뇌집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는 지식인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것이지, 정당에 참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말에 출간될 예정인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진보를 위한 35대 좋은 정책 과제〉(가제)는 좋은정책포럼의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현재 35명의 교수들이 영역별 미래정책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연구와 토론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나라당 쇄신주창자들의 필독서가 되고 있는 박세일 서울대 교수의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을 염두에 둔 흔적이 역력하다.
8일 토론에 참석했던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가전략의 부재가 (참여정부의 혼선 등) 이런 상황을 불렀다”며 “국가를 어떻게 끌고 갈지를 중심으로 정치세력의 대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런 길이 있으면 제발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고민과 좋은정책포럼의 구상 사이에는 분명 ‘특별한 무엇’이 있다. 민주노동당의 이념적·정치적 재편의 방향도 변수다. 이들의 고심이 ‘수구보수 반대’의 깃발로 지탱했던 중도개혁세력의 이념적·정치적 정립으로 결실을 맺을지는 더 두고볼 문제다. 글·사진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8일 토론에 참석했던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가전략의 부재가 (참여정부의 혼선 등) 이런 상황을 불렀다”며 “국가를 어떻게 끌고 갈지를 중심으로 정치세력의 대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런 길이 있으면 제발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고민과 좋은정책포럼의 구상 사이에는 분명 ‘특별한 무엇’이 있다. 민주노동당의 이념적·정치적 재편의 방향도 변수다. 이들의 고심이 ‘수구보수 반대’의 깃발로 지탱했던 중도개혁세력의 이념적·정치적 정립으로 결실을 맺을지는 더 두고볼 문제다. 글·사진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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