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4~2005 발전지수’ 측정
총평가 1천점 만점에 507.24점…사법부 가장 더뎌
총평가 1천점 만점에 507.24점…사법부 가장 더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2004-2005 민주발전 지수’를 발표했다. 제도적 민주화는 진전됐으나, 시민들의 민주적 태도·의식의 변화는 지체되고 있다는 게 큰 줄기다.
‘민주발전지수’는 한국 사회 각 부문의 민주화를 평가하는 계량적 잣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의뢰를 받아 윤상철 한신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4년간 민주발전지수를 계발하고, 이를 적용한 조사를 진행했다. 자료평가·전문가평가·일반인조사 등의 방법으로 모두 480여 항목에 걸쳐 한국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측정했다. 유엔 발전지수 등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계량적 잣대 외에도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항목들도 함께 평가했다. 한국 민주주의 연구의 진전을 위한 혁신적·실험적인 시도라 평가할 만하다.
윤상철 교수는 “아직은 민주주의 발전의 뚜렷한 경향을 잡아낼만큼 조사자료가 축적된 상태는 아니지만 2004년과 2005년의 조사결과를 비교해 개략적인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평가를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1천점 만점인 총평가에서 2004년 480.24점, 2005년 507.24점을 받았다. 윤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1천점 만점에 800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에 비춰 보면 한국의 민주화는 ‘중간 단계’의 수준에서 꾸준히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 각 영역 가운데 의회와 사법부의 민주화가 가장 더딘 것으로 나타난 것도 흥미롭다. 정당·행정부·사법부·기업·언론 등의 민주화를 평가했는데, ‘정당·의회의 민주화’는 100점 만점에 2004년 44.00점, 2005년 43.25점을 각각 받았다. ‘사법부의 민주화’는 2004년 49.00점을 받았지만, 2005년엔 45.50점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또다른 특징은 제도와 의식의 발전이 불균등하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민주주의 제도의 발전에 비해 민주주의 의식의 발전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소수자 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평가하는 문항의 경우, 제도 영역에선 100점 만점에 58.25점을 받았지만, 의식 영역에선 25.25점에 그쳤다. 소수자 집단을 대표하는 제도의 발전이 이뤄졌지만, 이를 실제 구현할 시민들의 의식변화는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윤 교수는 “적어도 5년 이상에 걸친 조사결과가 모이면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해 각국 민주주의 발전을 비교·평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양금식 팀장은 “‘민주발전지수’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장애요인을 파악하고 민주주의 발전의 전략적 방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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