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가 독자에게
서울 광화문 교보서점에 갈 때마나 ‘이거 좀 이상한데. 한번 물어봐야지’하다가도 매번 까먹어버리는 일이 있는데, 수입서적 코너 책값이다. 요즘 원화 평가절상으로 일본 엔이나 미국 달러와의 교환비율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테니 수입책 값도 꽤 내렸겠지, 원화 값이 너무 올라 수출기업들이 채산성 악화로 심각한 지경이라는 뉴스들이 사흘이 멀다하고 뜨는 판인데, 어디 돈값 오른 덕 좀 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막상 책을 집어들고 보면 영 그게 아니다.
수입책 뒷 표지에 새로 붙은 흰 가격딱지에 찍힌 숫자들을 훑어보면서 드는 생각은 늘 ‘이상하네’였다. 정가 대비 원화 환산비율이 예전이나 우리 돈값이 그렇게나 뛰었다는 지금이나 별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본책이라면 거의 틀림없이 원화와의 환산비율이 1엔 대 10원꼴을 넘긴다. 1 대 8 정도여야 되는 거 아닌가? 가벼운 일본책 한 권이라도 대개 1만원을 넘기기 일쑤였는데, 원화 값이 엄청 뛰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부터는 ‘만원짜리 안짝에 살 수 있는 책 많아졌겠다’며 은근히 기대했다. 수입책들 값이 워낙 만만찮아 약간만 값이 깎여도 몇 권 사면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다.
마침내 홍보실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아마 입고 시점 가격이어서 그럴 것”이라는 답이 왔다. 최근 책들도 그렇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확인해보고 알려주겠단다. 그래서 다시 온 답은 “전신환 수수료가 1.2~1.3% 정도 붙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 것”이라며, 환율은 공시하고 있고 이번 주는 100엔당 850원, 1달러당 960원꼴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주었다. 고맙다며 전화를 끊긴 했는데…. 너무 서둘러 끊었나? 이런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아니 그러면 전에는 전신환 수수료 없었나? 교보 가시는 분들, 한번 챙겨보세요.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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