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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최성일의찬찬히읽기] 환경파괴 향해 달리는 폭주기관차 ‘한국’

등록 2006-05-18 21:29수정 2006-05-19 16:49

최성일/출판컬럼니스트
최성일/출판컬럼니스트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대한민국을 멈춰라> 장성익 지음, 환경과생명 펴냄

정말이지 어이없고 기가 막힌다. 얼마 전 딸아이가 다니는 병설유치원이 있는 초등학교 후문가 아파트 담벼락에 “사유재산권 확보를 위하여” 후문 통학로를 폐쇄한다는 공고문이 나붙었다. 녹지를 조성해야 할 아파트의 사유지가 통학로로 둔갑한 것은 “사회통념으로 보나, 상식으로 보나” 맞지 않다는 주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나는 눈을 찡긋하고 만다. 에움길로 돌아가지 뭐.

항만시설 확장으로 인한 서귀포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지 파괴를 전한 한국방송의 심층보도에는 잠시 할말을 잃는다. 우왕좌왕하다가 끝내 연산호 10만 개체를 돌과 콘크리트 더미로 짓뭉개는 과정을 보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한숨 한번 크게 쉬고 만다. 눈뜨고도 당하는 판국에 눈에 잘 안 띄는 곳은 오죽하랴.

하지만 ‘녹색’ 계간지 <환경과생명>의 장성익 주간은 몰상식하다 못해 몰염치한 세태를 묵과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당차게 선언한다. 폭주기관차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을 멈춰라>. 이 책은 지은이의 생태환경비평 모음으로 각종 매체 기고문과 환경관련 모임에서의 발표문을 엮었다. 머리말에서 밝힌 애당초 염두에 둔 책제목인 ‘사다리와 그물’은 이 책의 내용을 함축한다. ‘사다리’가 경쟁·폭력·탐욕·오만 따위를 가리킨다면, ‘그물’은 연대·평화·공존·상생 같은 걸 상징한다. “이제 그러한 죽음(임)의 사다리는 걷어차 버리고 새로운 생명의 그물을 펼치자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반적인 이 책의 기조는 비판적이다. 그렇지만 목청을 높여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식의 비난과는 거리를 둔다. 비판 대상에 대해 역지사지의 태도를 취한다. 이 책에서 지은이가 비판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구 전체를 규율하는” 자본의 독재를 보는 눈길이 매섭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와 산업 문명은 전쟁과 같은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방식을 통해서만 그 유지가 가능한 ‘괴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부자가 되어 잘 살아 보자거나 이제 우리도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자는 것 자체는 그리 잘못된 것도, 나쁜 것도 아닐지 모른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한다. 하지만 지은이의 자본주의 비판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하다. “문제의 뿌리는 무한정한 탐욕과 오만에 기초한 물신숭배의 자본주의 체제와 그 체제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우리 모두의 소비와 소유 지상주의 생활양식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비하면, 환경운동에 대한 비판은 약간 물렁하다. “비판은 언제나 두렵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이 속한 분야를 향한 비판은 더욱 그래서일 것이다. 또한 “다른 운동에 비해 환경운동은 그 본질에 있어 유독 세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자신의 변화를 독려하는 것이 중요”해서 그럴 것이다. 그래도 지은이의 환경운동 비판은 애정이 어려 있고, 귀에 담을 내용이 적잖다. 장성익 주간은 환경운동 진영이 위기적 상황을 뼈아프게 인식하지 못하고, 환경운동에 대한 비판에 무감각해서 환경운동에 위기가 왔다고 본다. 따라서 “환경운동은 이제 언론을 통해 ‘보여주는 운동’이 아니라 시민 대중과의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결합과 소통을 통해 풀뿌리와 현장과 생활속으로 ‘스며드는 운동’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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