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새로운 헌법 필요한가’를 주제로 참석자들이 대화모임을 열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제공
김형성 교수 독일은 ‘헌법 개정위’ 국회에 상설
양 건 교수 5년 단임제 폐해 집중 검토 현실적
이삼열 총장 정략적 접근으로는 국민 설득 못해
양 건 교수 5년 단임제 폐해 집중 검토 현실적
이삼열 총장 정략적 접근으로는 국민 설득 못해
‘새로운 헌법 필요한가’ 학자·정치인 대화모임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지난달 28일 ‘새로운 헌법 필요한가’를 주제로 대화모임을 열었다. (〈한겨레〉 4월29일치 15면) 학자·정치인 등 24명이 참가한 이 모임은 사전초청된 소수 인사들만 참가할 수 있는 자리였다. 당연히 토론 내용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 양건 한양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발제 내용을 보도했던 〈한겨레〉는 다시 그 대화모임의 녹취록을 입수했다. 최근 개헌 논의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발언들이 적지 않았다. 그 요지를 간추려 싣는다.
이은영(열린우리당 의원)=국회에서 개헌 당위론이 떠오르고 있다. 여야 모두 개헌문제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통치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가시화된 대선후보는 개헌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개헌이 정치시스템의 선진화가 아니라 이념논쟁과 연결될 수도 있다. 이념논쟁의 격화는 개헌의 장애가 될 수 있다.
이홍구(서울국제포럼 의장)=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각각 다른 이유에서라도 (개헌을) 논의하자는 분위기가 된다면, 헌법 개정에 반영할 수 있는 국민적 역량이 성숙했으니 기다릴 것 없이 해볼 수도 있지 않으냐고 생각한다.
박용상(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차기 정부 구성을 앞둔 시점에서 새 헌법을 만들어야 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헌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을 위해 수십년 동안 국회에서 연구해왔다. 우리도 국회에서 이를 주도적으로 연구하는 노력이 일단 있어야 한다.
홍윤기(동국대 교수)=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헌법 개정을 논하는 건 우려스럽다. 기존 개헌 논의는 정변을 동반했던 측면이 강하다. 정치권이 개헌담론을 처음 제기했는데, 지난해 초부터 시민사회가 이를 우려해 내부 준비에 들어간 것이 현 상황이다.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비전 없이 권력구조를 어떻게 나눠먹을 것인가와 같은 좁은 시야에서 헌법 논의를 해서는 안 된다. 성숙된 시민사회가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담론을 이끄는 아래서 권력구조 등 여러 논의를 해야 한다.
이기우(인하대 교수)=독일에선 지금까지 51차례 헌법 개정이 있었다. 요즘은 월드컵 경비를 위한 헌법 개정이 논의 중이다. 우리 헌법도 옷 갈아입을 시기다. 지금 시점에서 개헌이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개헌을 논하는) 상시적인 담론 구조로 가져가면 어떨까 한다.
이부영(전 열린우리당 의장)=어느 정치집단이 집권 연장을 위해 헌법 개정을 끌고가는 시대는 지났다. 정쟁과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세가지 선거(대선·총선·지방선거)를 거의 매년 반복해 치를 경우 국가적 과제를 정치권에서 소화할 수 없다. 선거연한을 2년 또는 4년마다 몰아서 해야 한다. 2007년 대선 임박한 시기가 가장 적기다. 이 점에 여야 의원들의 생각에 큰 차이가 없다.
양건(한양대 교수)=왜 권력구조만 논하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기본권과 경제질서 문제는 헌법 해석하기 나름이다. 5년 단임제의 폐해는 문제가 크다. 좀 늦었지만, 주제를 한정시켜 합의에 이른다면 올 하반기에 (개헌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박명림(연세대 교수)=스위스는 65년부터 30년간 계속 개헌을 논의하면서 발전했다. 헌법을 논하는 것은 사회의 다른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다. 여러 정치·사회 문제가 헌법적 틀에서 이야기되는데 이걸 우회한다면 앞으로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 이번에 바꾸지 않으면 2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원혜영(열린우리당 의원)=막상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를 하다보니 개헌이 되겠느냐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여론도 압도적으로 개헌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대선 승리의 전망이 강한 사람은 대선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논의도 부정적으로 볼 것이다. 정책보다는 이념논쟁으로 가고 대결구도가 심화되기 쉽다. 그래서 지금 가능한 것은 권력구조의 제한적 수정 또는 합리화다. 4년 중임제 대통령제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김종인(민주당 의원)=지방선거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한나라당은 헌법 개정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좋은 헌법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가 여건이 성숙됐을 때 고쳐야 하지 않을까. 김형성(성균관대 교수)=한국 헌법학회에서 50여명의 교수들이 분야를 나눠 헌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독일은 헌법 개정위원회가 국회에 상설돼 있다. 헌법과 사회의 괴리를 연구해 그때마다 필요한 개정조처를 이뤄간다. 우리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면 헌법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삼열(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결국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헌법 개정의 요구에 대한 여야와 시민사회의 합의가 나와야 한다. 정당의 정략적 접근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 정리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양건(한양대 교수)=왜 권력구조만 논하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기본권과 경제질서 문제는 헌법 해석하기 나름이다. 5년 단임제의 폐해는 문제가 크다. 좀 늦었지만, 주제를 한정시켜 합의에 이른다면 올 하반기에 (개헌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박명림(연세대 교수)=스위스는 65년부터 30년간 계속 개헌을 논의하면서 발전했다. 헌법을 논하는 것은 사회의 다른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다. 여러 정치·사회 문제가 헌법적 틀에서 이야기되는데 이걸 우회한다면 앞으로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 이번에 바꾸지 않으면 2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원혜영(열린우리당 의원)=막상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를 하다보니 개헌이 되겠느냐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여론도 압도적으로 개헌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대선 승리의 전망이 강한 사람은 대선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논의도 부정적으로 볼 것이다. 정책보다는 이념논쟁으로 가고 대결구도가 심화되기 쉽다. 그래서 지금 가능한 것은 권력구조의 제한적 수정 또는 합리화다. 4년 중임제 대통령제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김종인(민주당 의원)=지방선거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한나라당은 헌법 개정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좋은 헌법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가 여건이 성숙됐을 때 고쳐야 하지 않을까. 김형성(성균관대 교수)=한국 헌법학회에서 50여명의 교수들이 분야를 나눠 헌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독일은 헌법 개정위원회가 국회에 상설돼 있다. 헌법과 사회의 괴리를 연구해 그때마다 필요한 개정조처를 이뤄간다. 우리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면 헌법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삼열(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결국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헌법 개정의 요구에 대한 여야와 시민사회의 합의가 나와야 한다. 정당의 정략적 접근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 정리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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