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으로 주한미군기지의 전략적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인 경기 평택 대추리에서 벌어지는 ‘야만’은 그래서 불평등한 한-미 동맹을 깨뜨릴 마지막 기회를 짓밟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주일미군 재배치·미-일 ‘한몸’ 가속화에
‘한-미동맹 약화’ 호들갑 떠는 보수언론들
처음부터 미 아시아전략은 일본에 무게
그래도 전략가치 높은 한반도 포기 못해
지금이야말로 종속적 동맹 재검토할 때
‘한-미동맹 약화’ 호들갑 떠는 보수언론들
처음부터 미 아시아전략은 일본에 무게
그래도 전략가치 높은 한반도 포기 못해
지금이야말로 종속적 동맹 재검토할 때
안과 밖
동북아에 군사적 긴장과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주한미군에 이어 주일미군의 재편과 재배치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한다는 미국의 아시아패권전략구상이 사실상 완성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1일 양국의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함께 참여하는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주일미군의 재편과 재배치계획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확정했다. 이번 합의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미일 양국 군사령부가 기지를 공동으로 이용하면서 동거하는 체제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미국 본토에 있는 미 육군 1군단사령부를 통합작전사령부(UEx)로 개편해 가나가와현 자마기지로 옮기고, 이와 동시에 신속대응군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즉응집단사령부’를 육상자위대내에 창설해서 지마기지에 배치해 미일 공동작전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또 공군의 경우도, 일본 항공자위대의 항공총대사령부를 미 제5공군사령부가 있는 요코다로 옮기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일동맹이 ‘강화’ 수준을 넘어 ‘일체화’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미일동맹의 강화와 일본의 군사대국화다.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목표가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에 두어짐에 따라, 미일 군사동맹관계는 이전보다도 한 단계 격상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미 부시 행정부 집권 초기부터 고위 외교안보 관리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미일동맹을 미영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왔다.
일본을 무장시켜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적인 구상이다. 미국의 이런 구상은 필연적으로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군사대국화로 이어진다. 미국은 주일미군의 재편과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미일군사동맹을 강화하는 일환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이처럼 미국의 아시아 패권정책에 편승해, 자신들의 군사대국화 야심을 달성해 가고 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군사대국화의 최대 지지자이자 후원자는 다름 아닌 미국인 셈이다. 이것은 동북아에서 미군의 주둔과 미일동맹의 존재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방지하는 “병마개 역할”을 한다는 지금까지의 긍정적인 평가를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중국 견제 위한 ‘부속품’ 되나 미국은 1996년 ‘미일 신안보공동선언’을 통해, 전후 일본에 씌워졌던 전범국의 굴레를 벗겨주고 일본의 정치적·군사적 역할 확대의 길을 열어 준 바 있다. 그 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일본 국회의 ‘유사법제’ 제정 등 통해 일본은 군사대국화의 길로 질주해 왔다. 최근에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저지하는 법적인 마지노선 역할을 해온 일본헌법 제9조의 개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공중급유기와 경항공모함 제공 등 일본군대의 영토 밖 ‘전력투사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미일동맹의 강화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와 무관치 않다.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하고 한미동맹을 보조축으로 해서 미·일·한 3각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한다는 것이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북아정책구상이다. 이번 미일간의 주일미군 재편 및 재배치 합의와 관련해 일부 보수언론들은 미일동맹이 강화되면서 대신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또 마치 현정부의 “친북반미성향”이 그 원인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중요성이 갑자기 역전된 것이 아니라, 원래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은 중요성에서 차원이 다르다. 1990년에 발표한 미국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에 표현돼 있듯이, 미일동맹이 미국 세계전략의 ‘기초’(fundamental)이며 아시아전략의 ‘핵심’(linchpin)이라면, 한미동맹은 이런 미일동맹의 보조축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포위전략에 따라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최근 들어 오히려 과거보다 커지고 있다. 이제 미일동맹과 한미동맹, 그리고 주일미군기지와 주한미군기지의 차이는 중요성의 차이가 아니라 기능과 역할의 차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주일미군기지가 후방에서 군사력을 비축하고 집결해두는 ‘전력투사허브’(PPH: Power Projection Hub)라면, 주한미군기지는 전방에서 실제로 군사작전을 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주요작전기지’(MOB: Main Operating Base)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을 염두에 둔 기지 배치다. 따라서 중국포위전략이 구체화될수록 주한미군기지의 전략적 중요성은 이전 보다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오산 평택에 50년 이상 사용할 최첨단화된 영구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노 대통령의 LA(로스앤젤레스)발언대로 “한반도는 전략적 위치상 미국이 속이 쓰려도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주한미군은 중국견제가 주목적인 아시아지역군으로 개편되고 있고, 주한미군기지는 중국봉쇄를 위한 전진기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2사단 감축에 따른 공백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려는 110억달러의 무기도 실은 대부분 패트리어트미사일과 같은 미사일방어(MD)용과 대중국용 정보수집장비들이다. 미국은 오산공군기지내 신형 패트리어트 PAC-3를 증강 배치하는 것은 물론 군산과 광주에도 PAC-3를 배치하고 있는데, 한반도를 종으로 PAC-3를 배치하고 있는 것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우려해야 할 것은 미국의 군사전략틀에 공고히 편입되어, 우리의 안보정책이 미국의 동북아정책의 하위체계로 편입되고 우리의 군사력과 군대가 미국 세계전략의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하고 한미동맹을 보조축으로 해서 미·일·한 3각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 우리를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허용과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미국이 이런 구상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에 대한 군사적 종속에 그치지 않고, 일본에 대해서도 군사적 하위체제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구상은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포함해 태평양주둔미군과 일본자위대와 한국군을 한데 묶는 통합작전지휘체제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일 작전지휘체제를 사실상 통합한 미국은 여기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편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연합사를 궁극적으로 해체하면서, 미군과 일본자위대와 한국군을 묶는 통합작전지휘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미군측에서 간간히 흘러나오고 있는 유엔사 기능 확대나 다국적 연합군 창설설이 미국이 이런 구상의 일단을 반영하고 있다. 이대론 한반도 평화 어려워 이렇게 된다면 우리 안보환경은 크게 악화될 것이다. 이는 동북아에 대립과 편가르기를 강요하고, 새로운 냉전질서를 가져오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동북아에 대립과 갈등의 질서가 지속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요원해지고 남북 분단은 고착화될 것이다. 미국의 동북아전략이 새로 짜여지고 있고 한미동맹의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로 지금이 우리의 동맹정책과 안보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는 호기이다. 미국에 종속적인 군사체제와 군사전략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상투적으로 한미동맹의 강화만을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처럼 불평등하고 종속적인 한미동맹을 어떻게 더 강화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대미종속적인 안보정책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자기성찰 없이는 미래지향적인 안보정책이 나올 수 없다. 미국의 군사전략 및 정책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식을 바꾸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자주국방과 안보환경의 개선은 미국의 군사전략과 정책틀에서 벗어나 얼마나 독자적인 안보전략과 정책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의 군사전략 및 정책 틀에 편입되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동맹체제가 아니라 동북아에 협력적인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동북아 질서가 다자화되고 균형화되고 협력적일 때만이 가능하다. 이는 결국 우리가 동북아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중국 견제 위한 ‘부속품’ 되나 미국은 1996년 ‘미일 신안보공동선언’을 통해, 전후 일본에 씌워졌던 전범국의 굴레를 벗겨주고 일본의 정치적·군사적 역할 확대의 길을 열어 준 바 있다. 그 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과 일본 국회의 ‘유사법제’ 제정 등 통해 일본은 군사대국화의 길로 질주해 왔다. 최근에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저지하는 법적인 마지노선 역할을 해온 일본헌법 제9조의 개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공중급유기와 경항공모함 제공 등 일본군대의 영토 밖 ‘전력투사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미일동맹의 강화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와 무관치 않다.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하고 한미동맹을 보조축으로 해서 미·일·한 3각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한다는 것이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북아정책구상이다. 이번 미일간의 주일미군 재편 및 재배치 합의와 관련해 일부 보수언론들은 미일동맹이 강화되면서 대신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또 마치 현정부의 “친북반미성향”이 그 원인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중요성이 갑자기 역전된 것이 아니라, 원래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은 중요성에서 차원이 다르다. 1990년에 발표한 미국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에 표현돼 있듯이, 미일동맹이 미국 세계전략의 ‘기초’(fundamental)이며 아시아전략의 ‘핵심’(linchpin)이라면, 한미동맹은 이런 미일동맹의 보조축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포위전략에 따라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최근 들어 오히려 과거보다 커지고 있다. 이제 미일동맹과 한미동맹, 그리고 주일미군기지와 주한미군기지의 차이는 중요성의 차이가 아니라 기능과 역할의 차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주일미군기지가 후방에서 군사력을 비축하고 집결해두는 ‘전력투사허브’(PPH: Power Projection Hub)라면, 주한미군기지는 전방에서 실제로 군사작전을 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주요작전기지’(MOB: Main Operating Base)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을 염두에 둔 기지 배치다. 따라서 중국포위전략이 구체화될수록 주한미군기지의 전략적 중요성은 이전 보다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오산 평택에 50년 이상 사용할 최첨단화된 영구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노 대통령의 LA(로스앤젤레스)발언대로 “한반도는 전략적 위치상 미국이 속이 쓰려도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주한미군은 중국견제가 주목적인 아시아지역군으로 개편되고 있고, 주한미군기지는 중국봉쇄를 위한 전진기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2사단 감축에 따른 공백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려는 110억달러의 무기도 실은 대부분 패트리어트미사일과 같은 미사일방어(MD)용과 대중국용 정보수집장비들이다. 미국은 오산공군기지내 신형 패트리어트 PAC-3를 증강 배치하는 것은 물론 군산과 광주에도 PAC-3를 배치하고 있는데, 한반도를 종으로 PAC-3를 배치하고 있는 것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우려해야 할 것은 미국의 군사전략틀에 공고히 편입되어, 우리의 안보정책이 미국의 동북아정책의 하위체계로 편입되고 우리의 군사력과 군대가 미국 세계전략의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하고 한미동맹을 보조축으로 해서 미·일·한 3각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 우리를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허용과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미국이 이런 구상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에 대한 군사적 종속에 그치지 않고, 일본에 대해서도 군사적 하위체제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구상은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포함해 태평양주둔미군과 일본자위대와 한국군을 한데 묶는 통합작전지휘체제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일 작전지휘체제를 사실상 통합한 미국은 여기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편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연합사를 궁극적으로 해체하면서, 미군과 일본자위대와 한국군을 묶는 통합작전지휘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미군측에서 간간히 흘러나오고 있는 유엔사 기능 확대나 다국적 연합군 창설설이 미국이 이런 구상의 일단을 반영하고 있다. 이대론 한반도 평화 어려워 이렇게 된다면 우리 안보환경은 크게 악화될 것이다. 이는 동북아에 대립과 편가르기를 강요하고, 새로운 냉전질서를 가져오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동북아에 대립과 갈등의 질서가 지속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요원해지고 남북 분단은 고착화될 것이다. 미국의 동북아전략이 새로 짜여지고 있고 한미동맹의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로 지금이 우리의 동맹정책과 안보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는 호기이다. 미국에 종속적인 군사체제와 군사전략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상투적으로 한미동맹의 강화만을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처럼 불평등하고 종속적인 한미동맹을 어떻게 더 강화하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철기/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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