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을 인수해 다시 매각하려는 론스타는 해외투기자본의 폐해를 상징한다. 사진은 론스타가 입주해 있는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의 1층 안내간판.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세안 역내 ‘이중외환거래세’ 동시 도입땐 썰물 방지
‘외환거래세’ 도입으로 해외투기자본을 규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3일 희망포럼(공동의장 박상증)은 ‘투기자본의 금융지배 현황과 극복방안’을 주제로 희망포럼 광화문홀에서 대토론회를 열었다. 최근 론스타 사태 등이 이 자리의 문제의식을 부추겼다.
김영철 계명대 경제학과 교수가 하나의 대안을 내놓았다. ‘이중외환거래세’의 도입이다. 핵심은 일일 외환거래당 환율변동의 폭을 정해놓고, 이를 벗어난 환율변동이 일어날 경우 외환거래에 대해 ‘징벌적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 구상은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70년대 말에 주창한 ‘토빈세(Tobin’s tax)’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통화위기를 불러오는 단기투기자본에 세금을 매기는 게 토빈세의 핵심이다. 문제는 특정 국가가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해외투자자본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는 세계가 동시적으로 적용해야 제기능을 할텐데, 미국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큰 장애물이다.
‘이중외환거래세’는 토빈세의 구상을 좀더 현실적으로 수정한 결과다. 정상적인 외환거래를 보장할 수 있고, 각 국이 독립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한국 정부는 원화 거래에 대해서만 특정환율변동폭을 기준으로 투기성 외환거래에 대한 세금을 매기는 식이다. 이 경우 다른 국가와 협약을 따로 맺을 필요가 없다. 이는 증권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증권거래세’와도 유사해, 정책적으로도 낯설지 않다.
김 교수는 한걸음 나아가 이중외환거래세를 동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의 출구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유럽의 사례가 하나의 모범이다. 2004년 이중외환거래세를 법제화한 벨기에는 이 제도를 유럽연합의 모든 국가가 도입할 경우 실시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2001년 토빈세를 법제화한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해외투기자본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역내 경제권의 협력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아세안과 한중일 국가들이 동시에 도입한 뒤부터 본격 실시하겠다는 단서를 달고, 한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이중외환거래세 또는 토빈세 등의 법제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를 경험한 동아시아 국가들도 이를 크게 반기며 호응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전망이다. 특히 김 교수는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북한 사회간접자본 투자, 중국 서부 개발, 인도차이나 메콩강 지역 투자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투기자본을 막으면서 동아시아 평화번영의 길을 트는 일석이조의 해법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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