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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할인점 마일리지 카드에 거짓주소를 적어라

등록 2006-04-13 20:35수정 2006-04-14 14:12

웰컴 투 머신<br>
데릭 젠슨·조지 드래펀 지음. 신현승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 1만3000원.
웰컴 투 머신
데릭 젠슨·조지 드래펀 지음. 신현승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 1만3000원.
로그인:팬옵티콘*

기계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합니다. 당신의 편의를 위해 체내 이식용 칩을 준비했습니다. 쌀알 크기라 통증이 없을 겁니다. 매달 등록비 10달러만 내면 배터리 없이도 20년 영구 사용 가능하죠. 몸을 스캔하면 신분을 간단히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길목마다 치안용 카메라가 달려 있습니다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권력자들이 당신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까지 감시할 만큼 한가하지 않으니까요. 숨길 게 없다면 뭘 두려워합니까? 현관문에는 얼굴인식시스템, 타이어엔 전자태그도 부착해야 합니다. 당신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죠. 당신은 영혼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습니다. 영혼은 팬옵티콘의 하드드라이브에서 자동으로 백업된답니니다.

(*팬옵티콘은 공리주의자 벤담이 제시한 원형감옥의 감시시스템이다. 죄수는 불을 밝힌 환한 감방에서 감시를 받지만 깜깜한 곳에 있는 경비원은 죄수의 눈에 띄지 않는다. 죄수는 감시자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면서도 항상 어둠속 눈초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위협 없이도 최소의 비용으로 효율적 통제를 받게 된다.)

팬옵티콘의 세계를 로그아웃하라!

<웰컴 투 머신>(한겨레출판 펴냄)은 역설적인 제목이다. 나노기술, 생체인식기술 등 최첨단테크놀로지의 안락한(?) 머신토피아에서의 탈출을 종용한다. 왜냐면 “기계는 절대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팬옵티콘의 ‘경비원’인 권력자와 담합해서 ‘죄수’인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데, 그것도 들키지 않게 한다. 복지비 수령자 지문 채취, 휴대전화 위치추적은 고전적인 방법. 자동차 블랙박스 탑재, 운전 표준화는 운전자도 모르는 사이 누구와 타고 있는지, 속도는 얼마인지 등을 시시콜콜하게 기록할 수 있다.

팬옵티콘 바깥 세상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느니 안전하지 않다라는 꼬드김은 꽤 효과를 발휘한다. 개인은 탈출은커녕 제 집인양 시스템을 보호하며 기계의 톱니바퀴를 굴린다. 기계에게 삶의 통제권을 넘겨주며 권력의 노예가 된다. 나노테크·생명공학·인공지능·스마트카드·임베디드칩은 결국 무엇인가. 정부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착한 소비자와 착한 시민을 만드는 것. 거대한 기계를 멈춰 세워라, 지은이의 목소리는 다급해진다. 그러나 개인의 저항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할인점 마일리지 카드에 거짓주소 적기, 공인 인증서 암호 바꾸기….

“매트릭스 밖 찬란한 세상을 열어라.” ‘신 러다이트’를 부르짖는 문명비평가의 목청은 얼얼한데 영화 매트릭스조차 기계와 결별한 세상을 황량하게 그렸나니. 다만 컴퓨터에서 놓여나 딱따구리 소리를 자주 들으란 제언은 전적으로 공감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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