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자들은 뉴턴의 과학이 자연에서 ‘질’과 ‘아름다움’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작가이자 화가였던 윌리엄 블레이크의 <뉴턴>은 간단한 그림으로 우주를 이해하려는 뉴턴의 시도가 공허한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
물체 사이의 운동 수학적으로 증명하려고
절대사건·절대공간·구심력·만유인력 개념 도입
“만유인력이 신의 섭리를 드러낸다”
2쇄 추가된 일반주해에 뉴턴의 믿음이
이 책으로 17세기 과학혁명 완성
절대사건·절대공간·구심력·만유인력 개념 도입
“만유인력이 신의 섭리를 드러낸다”
2쇄 추가된 일반주해에 뉴턴의 믿음이
이 책으로 17세기 과학혁명 완성
고전 다시읽기/아이작 뉴턴 <프린키피아>
만유인력의 이론을 세우고 <프린키피아>를 저술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임종 직전에 자신을 바닷가에서 장난질을 하는 소년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나는 잘 모르네. 그렇지만 나는 항상 내 자신을 바닷가에서 장난을 치는 소년이라고 생각했다네. 내 앞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진리의 대양이 펼쳐진 채로, 이제나저제나 더 매끈한 조약돌이나 더 예쁜 조개껍질을 찾으려고 애쓰는 소년 말일세.”
그렇지만 뉴턴의 겸손에도 불구하고 그의 동시대인들은 뉴턴을 “신에 가장 근접한 인간”으로 칭송했다. 시인 알랙산더 포프는 뉴턴에 대한 조사(弔辭)를 다음과 같은 시구로 대신했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어둠에 숨겨져 있었네
신이 말하길, “뉴턴이 있으라!”
그러자 모든 것이 광명이었으니.
뉴턴은 대학을 갓 졸업한 1666년 24살 나이로 근대 미적분학, 중력이론과 천체역학, 광학 이론의 토대가 된 아이디어를 고안했고, 1672년에 근대 광학의 새 장을 연 논문을 발표하고, 1687년에는 불후의 명저 <프린키피아>를 저술했다. 이 책의 원제목은 ‘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이며 런던 왕립학회가 발간을 총괄해서 출판했다.
이 책이 출판된 과정에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 지구나 화성과 같은 행성이 태양 주위를 타원 운동을 한다는 것은 1609년에 천문학자 케플러가 밝혀낸 것으로 ‘케플러의 세 가지 법칙’ 가운데 첫 번째 법칙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케플러 이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과학자들은 왜 행성이 타원 운동을 하는지를 밝혀내지 못했고, 따라서 이 문제는 당대 과학자들에게 대표적인 미해결 난제(難題)로 남아있었다. 이 문제는 영국의 왕립학회 회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왕립학회의 큐레이터를 하던 후크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을 받을 때 행성이 타원 운동을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러던 와중에 1684년 8월 런던의 천문학자 핼리(E.Halley)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이 행성과 같은 물체에 작용할 때 행성의 궤도가 어떻게 되겠냐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케임브리지의 괴짜 수학자 뉴턴을 방문했다.
핼리의 질문을 받은 뉴턴은 즉각 그 물체가 타원 궤도를 그린다고 답하고 자신이 이미 그 결과를 오래 전에 계산해 놓았다고 말했다. 뉴턴은 당시에는 증명을 적어 놓은 원고를 찾지 못했지만, 핼리가 런던으로 돌아간 몇 달 뒤인 1684년 11월에 타원궤도의 증명과 더불어 케플러의 2, 3법칙도 증명한 <물체의 궤도 운동에 관하여>(De motu corporum in gyrum)라는 논문을 핼리에게 보냈다. 이 논문의 독창성에 놀란 핼리는 뉴턴에게 역학과 천문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한 책을 집필해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했고, 왕립협회가 이 책의 출판을 담당하게 했다. 이렇게 해서 <프린키피아>의 초판이 1687년에 나오게 되었다.
미제로 남았던 케플러법칙도 풀어
<프린키피아>는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서문에서 뉴턴은 자신의 방법론의 핵심이 현상에서 수학적 형태로 표현된 힘(force)을 발견하고 이 힘을 이용해서 다른 현상을 설명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 1권에서는 물체의 운동을 다루는데, 수학적으로 가정된 힘을 도입하고 이러한 힘이 작용할 때 물체가 어떤 운동을 하는지 기술한다. 뉴턴의 세 가지 운동 법칙,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 구심력의 개념, 케플러 법칙의 수학적 증명이 여기서 제시됐다. 2권에서는 저항이 있는 매질 속에서 물체의 운동을 다루는데 이는 당시의 지배적인 과학이론이던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이론에 대한 비판을 겨냥하고 있었다. 마지막 권에서는 만유인력을 도입해서 지상계와 천상계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설명은 행성의 궤도와 주기의 관계는 물론 지구의 조수간만의 현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현상을 포괄했다.
내용 어려웠지만 즉각 수용
1713년에 출판된 <프린키피아> 2판에서 뉴턴은 책의 말미에 ‘일반주해’(General Scholium)를 추가했다. 일반주해에는 뉴턴의 과학적 방법론과 신에 대한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나는 가설을 설정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서 가설이라고 하는 것은 실험이나 관측에 의해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가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소용돌이 이론처럼 데카르트의 기계적 철학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미시적 모델이었다. 세계를 물질과 운동으로만 설명했던 당시 과학자들에게 뉴턴의 만유인력 같은 힘은 연금술같은 비술(秘術)에서의 신비한 힘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 뉴턴은 자신의 힘이 경험적으로 입증이 된다고 주장했으며,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의 운동을 통해서 자연을 설명하려는 기계적 철학자들의 시도를 가설이라고 몰아 부쳤던 것이다.
‘일반주해’에는 자연철학 연구를 태양계의 규칙성 속에서 창조주 신의 존재 증거를 찾는 작업으로 해석하는 뉴턴의 믿음 역시 잘 나타난다. 뉴턴의 신은 한번 우주의 태엽을 감고는 이를 방관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운행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신이었다. 뉴턴에게 우주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만유인력은 신의 섭리가 작동하는 원리에 다름 아니었다. 태양계와 같은 조화로운 우주는 신의 섭리가 충만한 공간이었는데, 자연철학을 통해 우주에서의 신의 계획을 이해하면 인간의 세계에서 관철되는 신의 섭리역시 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뉴턴과 그의 제자들에게 자연철학은 올바른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뉴턴은 미적분학의 발명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프린키피아>를 쓸 무렵에 미적분학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고난도의 기하학을 사용하여 명제를 증명했다. 뉴턴은 “수학을 수박 겉핥기로 공부한 얼치기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수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수학적 증명을 이해함으로써 그의 이론에 동의하도록 만들기 위해” 일부러 책을 난해하게 썼다고 할 정도였다. 경험주의 철학자 존 로크는 수학자 호이겐스에게 <프린키피아>의 증명이 다 옳은가를 물어보고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뉴턴 역학의 철학적 함의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프린키피아>는 출판과 동시에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뉴턴의 제자들은 뉴턴 물리학을 쉽게 설명하는 책들을 지속적으로 출판해서 뉴턴 과학을 지식 계층 일반에게 보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구와 태양처럼 멀리 떨어진 두 물체 사이에 빈 공간을 가로질러 작용하는 힘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뉴턴의 법칙과 만유인력 개념은 영국에서는 뉴턴을 추종하는 과학자들에 의해서 즉각 수용이 되었고, 대륙에서는 18세기 초엽부터 서서히 수용되었다. 마하(Ernst Mach)의 말을 빌자면 “비상식적인 불가해성이 상식적인 불가해성이 되었던 것”이다.
19세기 상대성이론 나와 폐기
<프린키피아>는 17세기 과학혁명을 완성했으며, 18~19세기 과학을 지배했던 뉴턴주의 패러다임을 낳았던 저술이다. 뉴턴주의 혁명의 정수는 물체들 사이에 수학적인 힘을 찾아냄으로써 물리학의 난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선명한 예를 보여주었다는 데에 있었다. 뉴턴의 후계자들은 뉴턴이 행성의 운동에서 보여주었듯이, 전기, 자기, 화학, 광학 현상에서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찾아내고 이 힘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전기와 자기 현상에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화학과 광학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절대 시공간과 절대 운동의 개념은 19세기 말엽에 마하에 의해서 비판되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서 폐기되었다. 그렇지만 <프린키피아>는 자연과학이 수학을 사용해서 확실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상식으로 만들었다. 과학(특히 물리학)은 신학과 철학을 제치고 확실한 지식의 표본이 되었던 것이다.
서평자 추천 도서
<프린키피아:자연과학의 수학적 원리>(3권) 아이작 뉴턴 지음, 이무현 옮김 교우사 펴냄(1998) <프린시피아>(3권) 아이작 뉴턴 지음, 조경철 옮김. 서해문집 펴냄(1999). <뉴턴과 아인슈타인-우리가 몰랐던 천재들의 창조성> 홍성욱·이상욱 외 지음 창비 펴냄(2004) (창의성의 신비를 벗기는 데 초점을 맞춘 뉴턴에 대한 입문서) ,프린키피아의 천재> 리처드 웨스트폴 지음, 최상돈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2001) (뉴턴을 오랫동안 연구한 과학사학자가 쓴 뉴턴에 대한 좋은 전기) <만유인력과 뉴턴> 게일 E. 크리스티안슨 지음, 정소영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2002) 50자 서평
◇ 인터넷 독자 창밖(조경철 번역 <프린시피아> 독자) “암흑의 시대에 우주에 감추어진 빛을 향해 쏘아 올린 한 줄기 지성. 근데 왜 사과 이야기는 없지?” ◇ 이강훈=“뉴턴은 천재다. 본문만큼의 역주를 붙인 옮긴이도 천재다. 역주가 없이 이 책을 이해한다면, 아니 역주를 참고하면서라도 이해하는 독자도 천재다.” ▽ 다음주 이후 고전 <힌두 스와라지> <김수영전집2권-산문>의 50자 서평에 참여해주세요. 전자우편 bonbon@hani.co.kr
홍성욱/서울대 교수·과학기술학
<프린키피아:자연과학의 수학적 원리>(3권) 아이작 뉴턴 지음, 이무현 옮김 교우사 펴냄(1998) <프린시피아>(3권) 아이작 뉴턴 지음, 조경철 옮김. 서해문집 펴냄(1999). <뉴턴과 아인슈타인-우리가 몰랐던 천재들의 창조성> 홍성욱·이상욱 외 지음 창비 펴냄(2004) (창의성의 신비를 벗기는 데 초점을 맞춘 뉴턴에 대한 입문서) ,프린키피아의 천재> 리처드 웨스트폴 지음, 최상돈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2001) (뉴턴을 오랫동안 연구한 과학사학자가 쓴 뉴턴에 대한 좋은 전기) <만유인력과 뉴턴> 게일 E. 크리스티안슨 지음, 정소영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2002) 50자 서평
◇ 인터넷 독자 창밖(조경철 번역 <프린시피아> 독자) “암흑의 시대에 우주에 감추어진 빛을 향해 쏘아 올린 한 줄기 지성. 근데 왜 사과 이야기는 없지?” ◇ 이강훈=“뉴턴은 천재다. 본문만큼의 역주를 붙인 옮긴이도 천재다. 역주가 없이 이 책을 이해한다면, 아니 역주를 참고하면서라도 이해하는 독자도 천재다.” ▽ 다음주 이후 고전 <힌두 스와라지> <김수영전집2권-산문>의 50자 서평에 참여해주세요. 전자우편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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