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역사
장 카르팡티에 ·프랑수아 르브룅 엮음. 강민정·나선희 옮김.
한길사 펴냄. 3만5000원.
장 카르팡티에 ·프랑수아 르브룅 엮음. 강민정·나선희 옮김.
한길사 펴냄. 3만5000원.
기원전 3천년부터 현재까지
지배세력에서 무명씨까지
인문지리에서 문화예술까지
지중해 만든 씨줄과 날줄
지배세력에서 무명씨까지
인문지리에서 문화예술까지
지중해 만든 씨줄과 날줄
최소폭이 13㎞ 남짓한 지브롤터 해협이 대서양 통로를 내어주지 않았다면 지중해는 글자 그대로 뭍으로 둘러싸인 내해, 호수 같은 바다다. 그럼에도, 대양이랄 수 없는 이 바다는 수많은 주변 땅과 세력들을 거느리며 문명과 물산과 정복의 역사를 낳았다.
<지중해의 역사>(한길사)는 기원전 3000년께부터 현재까지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과 중근동)의 5천년 역사를 씨줄 날줄로 한데 엮은 책이다. 전체 5부의 연대기 서술방식으로 짜였다. 지배세력의 교체에서부터 이름 없는 인민들 삶의 꼴까지, 인문지리학적인 접근에서부터 지정학적 역학관계와 문화예술의 명멸까지 지중해와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그렇다보니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많은 것을 새로이 알게 된 것 같은데 딱히 고갱이가 뭔지 헷갈린다는 푸념도 나올 법하다.
제1부는 고대 지중해 이야기로 720여쪽 이르는 여정의 닻을 올린다. 난립했던 군소 문명이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 통합되면서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단일한 공동체로 세워지는 과정이다. 기원전 20세기 무렵 그리스 크레타섬을 중심으로 에게 문명이 꽃을 피웠다. 기원전 16세기에서 11세기에 걸쳐 미케네와 페니키아가 차례로 세를 확장했고 기원전 8세기에 이르러서는 이슬람 세력이 기독교 문화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2부에서는 5~15세기 중세 지중해의 패권의 향방을 다룬다. 로마 제국의 해체 이후 이슬람교도들이 급속히 세력을 넓혔다. 이제 지중해는 동방 정교-라틴 가톨릭-아랍 이슬람이라는 3대 세력이 부닥치는 국경지대인 동시에 문화와 경제 교류의 특화지역이 된다.
3부가 살피는 16~18세기는 지리상의 발견과 노예무역, 중세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발화, 끊임없는 혁명과 분쟁으로 연안 도시와 주변국들의 위상이 부침한 격변의 시기다. 16세기 당시 지중해의 양대 강국이었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과 에스파냐는 신흥강국 영국에 주인 자리를 빼앗긴다. 여기에 프랑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도 한 몫을 주장하고 나섰다.
4부는 1,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를 다룬다. 본격적인 ‘근대’로 접어들면서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군사력과 자본주의 경제력을 앞세운 유럽이 여타 세력을 압도한 시기다. 특히 수에즈 운하의 개통(1869년)과 이를 둘러싼 영국-프랑스의 힘겨루기는 유럽의 통제 아래 놓인 지중해의 동요를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한편 이 시기는 유럽 제국주의와 파시즘 체제에 맞서 이슬람과 북아프리카에서 민족주의 열망이 싹트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5부는 ‘현대 세계’의 지중해를 개괄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2차대전 이후 지중해는 3개의 지정학적 단위로 분할된다. 서지중해(프랑스·이탈리아 등 라틴 문화권과 그리스를 포함), 동지중해(옛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세력권 들어선 발칸반도권), 그리고 아랍지중해(프랑스와 영국의 지배에서는 해방됐으나 이스라엘과의 공존을 강요받는 지역)가 그것이다. 이에 더해,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부상과 중동 석유자원도 ‘지중해 방정식’에 복잡한 변수를 보탰다.
역사 이래 지중해는 숱한 세력들이 할거하면서 풍부한 교역과 첨예한 긴장이 끊인 적이 없는 용광로 같은 곳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지중해는 파랑 하나하나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새겨갈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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