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 김창숙 평전
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펴냄. 1만6500원
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펴냄. 1만6500원
잠깐독서
“이승만이와 싸워온 사람도 많겠지만 나만큼 독하게 맞서온 이도 드물 거요! 그가 12년간 집권하는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공개로 대통령 하야 권고를 했지만, 그 스스로가 하야했더라면 지금쯤 하와이로 도망쳐 있지 않아도 되었을 거요.”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몰락한 1960년, 심산 김창숙(1879~1962)의 결기는 쩌렁쩌렁했다. 이 때가 여든 둘, 노혁명가는 이승만 정권의 탄압으로 성균관대학 초대 총장직에서 쫓겨나 여관을 전전하며 병마와 싸우던 중이었다. 자주통일운동, 항일지사 추모사업, 백범 암살 진상규명…. 독재자가 물러난 자리에서 심산이 한 일을 보면 그는 이승만과 철저히 대척점에 서 있다. 심산과 이승만의 악연의 사단은 반외세정신.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 대통령이 된 이승만이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조선 위임통치 청원서’를 제출하자 분노한 심산은 일찍이 신채호, 박은식과 더불어 “미국의 노예되기를 원한 매국행위”라며 이승만의 탄핵을 요구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격렬한 항일투쟁, 해방 뒤에는 반독재 민족통일운동. 여든 넷 생애 동안 간단없이 싸운, 훼절 없는 올곧은 삶, ‘칼을 든 선비’ 김창숙은 그래서 빛난다. 그를 일러 ‘마지막 선비’라 하는 까닭이다. <심산 김창숙 평전>(시대의창 펴냄)은 “벼슬 보기를 뒷간과 말죽통 멀리하듯” 하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시대적 소임을 다한 강직한 참선비상을 그려낸다.
독립선언서에 유림 대표가 빠졌음을 안타까워한 심산은 전국 유림들 서명을 받아 ‘파리장서 사건’을 일으키고 나석주 의사의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의거를 주도했다. 최남선의 <일선융화론>을 보고 감상문을 쓰라는 간수에겐 “일본에게 붙어버린 반역자가 미친 소리로 요란하게 짖어대는 흉서를 읽고 싶지 않다”며 집어던졌다. 1958년 보안법 날치기 땐 손자 등에 업혀와 악법 무효 호소문을 뿌렸고 짧은 혁명정국엔 친일파를 제거하라고 촉구했다.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의 현대인물시리즈 <백범 김구 평전> <단재 신채호 평전>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며 차기작은 <만해 한용운 평전>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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