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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원묘명심’의 진리 말하는 한자경의 ‘능엄경 강해’ [책&생각]

등록 2023-12-15 05:01수정 2023-12-15 09:25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연합뉴스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연합뉴스

능엄경 강해 1, 2

한자경 지음 l 서광사 l 1권 3만5000원, 2권 4만3000원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칸트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다시 동국대에서 불교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양 철학을 배경에 두고 불교철학을 연구한 셈인데, ‘능엄경 강해’는 유식 불교의 교과서라 할 ‘능엄경’을 10여 년 동안 붙들고 씨름한 끝에 쓴 방대한 강해서다.

‘능엄경’의 본디 제목은 ‘대불정 여래밀인 수증료의 제보살만행 수능엄경’이지만, 줄여서 보통 ‘수능엄경’ 또는 ‘능엄경’이라고 부른다. ‘수능엄’은 산스크리트어 ‘수람가마’(suramgama)의 음역인데, ‘능엄경’의 바탕 사상인 ‘여래장’ 곧 ‘불성이 모든 중생의 마음에 본디 담겨 있다는 궁극의 진리’에 통달함을 뜻한다.

‘능엄경’은 유식 불교의 산실인 중부 인도 나란다 사원에 보관돼 있다가 당나라 때인 705년 인도 승려 반라밀제가 처음 한역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말기에 들어와 1011년 편찬된 고려대장경에 수록됐으며, 조선 세조 때 간경도감에서 언해본을 간행할 때 가장 먼저 출간됐다. ‘능엄경’은 불교 경전이지만 성리학자들도 널리 읽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송대 성리학자 장재·정호·정이·주희가 ‘능엄경’을 읽었고, 우리나라 성리학자들도 이 경전을 읽고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을 이론과 실천 전반에 걸쳐 상세히 논구하는 책이어서 불교를 이해하려는 이들이 많이 찾은 것이다.

한 교수의 이 강해서는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먼저, 내용 중심으로 장과 절을 나누었고, 복잡한 내용을 간략하게 도표화하여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능엄경’은 붓다가 아난·파사익왕·관세음보살과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경전인데, 이런 글의 성격을 살려 본문을 ‘서분’만 빼고 모두 대화체 형식으로 바꾸었다. 대화 전체를 존댓말로 번역한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다. 기존 번역서는 붓다가 제자에게 반말을 하고 제자는 스승에게 존댓말을 하는 식으로 돼 있다. 한 교수는 이런 번역이 인간관계의 평등성을 해친다고 보아 모두 존댓말로 바꿔 산스크리트어와 한문의 본디 분위기를 살려보려 했다고 밝혔다.

‘능엄경’에서 이야기하는 깨달음의 단계는 사마타(지, 견도분), 삼마디(정, 수도분), 선나(선, 증과분)의 셋으로 나뉜다. 이 세 단계는 비유하면 “마음의 본래 자리인 집을 보는 단계(사마타), 집의 대문을 통과해 집에 들어서는 단계(삼마디), 집 안 마당을 거쳐 방 안까지 걸어가는 단계(선나)”로 설명할 수 있다. 사마타는 인간 마음이 본래 붓다의 마음임을 단박에 깨치는 ‘돈오’에 해당하고, 삼마디는 그 깨달음을 통해 본성을 실현해 나가는 것, 특히 그 실현을 방해하는 번뇌를 닦아 없애는 ‘점수’를 말한다. 선나의 단계는 일체의 번뇌를 꿰뚫어봄으로써 세간과 출세간, 속과 진을 ‘불이(不二)의 하나’로 통섭하여 수행을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

그 세 단계를 거쳐 얻는 마음이 ‘원만하고 묘하고 밝은 마음’인 ‘원묘명심’이다. 원묘명심은 다른 말로 하면 일상의 마음 너머의 심층 마음 곧 일심(한마음)이다. ‘능엄경’은 이 일심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일체의 현상은 마음속에 그려진 마음의 그림자, 영상이기에 결국 마음 자체다. 이렇게 해서 현상 너머의 심층 마음은 결국 그 안에 나타나는 일체 현상을 모두 포괄하는 무변과 무외의 일심으로 밝혀진다.” 이 강해서를 통해서 ‘능엄경’은 “일체 존재의 방대한 범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수행과정에서 드러나는 신비한 내용까지도 논리적으로 해명하는 통합적 불교 이론서이자 수행 안내서”로 드러난다. 우주가 한마음에 담기고 한마음이 우주로 펼쳐지는 그 진리를 이야기하는 책이 ‘능엄경’이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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