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박영서 지음 l 들녘 l 1만8000원 이것은 무엇일까? 평범한 시민들의 화병 유발 제1요인. 정권 교체의 주된 요인이기도. 힌트: 시장, 투기, 신화 같은 단어들과 자주 어울린다. 답은 ‘부동산’이다. 실제 한국사회 많은 문제는 부동산과 연관돼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출산을 미루고 코인·주식 열풍에 빠져드는 것도 ‘정상적인 경제생활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현실 탓이 크다. 그렇다면 조상들은 어땠을까? 저자는 각종 문헌을 두루 살펴 조선시대 부동산 사회상을 꼼꼼히 그려낸다. “가난한 사람들은 송곳 꽂을 땅도 없어 부자의 땅을 빌려서 (…) 일년 내내 뼈 빠지게 일해도 먹을 것이 없었다. 반면 부자는 편안히 앉아서 수확량의 절반을 먹는데도 나라는 뒷짐을 진 채 물러나서 방관하니, 백성은 괴롭고 나라는 가난해졌다.”(정도전) 조선 개국세력들은 위화도회군으로 정권을 장악하자마자 전국 토지조사를 거쳐 모든 토지대장을 길거리에 모아놓고 불태운다. 독점과 세습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없애고 자영농을 육성해 국가재정을 굳건히 하려던 토지국유화 구상이었지만, 결국 조선도 같은 길을 걷게 된다. 공신전 등 예외를 둬야 했고, 과전제와 공법 등 공정한 토지·세금 제도를 위한 노력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진 자들이 토지를 더 가지는 사회가 됐다. 여기에 온갖 뇌물, 꼼수, 인맥이 동원됐고 이 과정에 관료들도 적극적으로 합류해 자신들의 부를 일궜다. “조선의 지주는 공직사회와의 이익공동체화를 통해 세금 추징을 방어해냈고, 한국의 다주택자들은 가족 증여 등을 통해 종부세를 방어했”다 등의 대목에서 이 책의 진정한 집필 의도가 드러난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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