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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문학과 예술
벤 허친슨 지음, 김희상 옮김 l 청미 l 2만4800원 세상 모든 것은 낡아(늙어)가기 마련이다. 생명체도 탄생-성장-노화-죽음이라는 시간의 흐름에서 그 중간 지점을 통과하게 된다. 그러나 “생물학적 사실을 넘어 문화와 심리가 빚어낸 ‘중년’은 인간만” 지닌 감각적 특성이다. ‘미드라이프 마인드’는 영국 문학자 벤 허친슨이 예외 없는 늙어감의 과정과 중년의 의미를 성찰한 에세이다. ‘중년의 마음’을 톺아본 돋보기이자 졸보기 렌즈는 ‘문학과 예술’이다. 삶의 시작과 끝은 명료하지만 중년은 경계가 모호하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권력과 재력, 완숙함을 지닌 절정기에 완만한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것은 당혹스럽다. 여성은 외모의 변화와 폐경을 거치면서 ‘투명인간’이 되어간다고 느낀다. 남성 역시 심신의 뚜렷한 변화의 굴욕감을 권력으로 상쇄하려 든다. 그러나 “사상과 문학의 역사는 훨씬 더 높은 가치의 대안 모델”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단테, 몽테뉴, 괴테, 시몬 드 보부아르, 사뮈엘 베케트 같은 유럽 문학사의 몇몇 거장들의 삶과 작품을 고찰하며, 생산적 중년의 가능성과 동력을 탐색한다. “인생 후반부를 품격 있게 가꾸려는 노력”에서 지은이가 찾아낸 으뜸 열쇳말은 겸손, 비워냄, 새로운 시작 같은 낱말들이다. “중년에 자신이 이룩한 지적 성취의 정직한 평가는 우리가 젊었을 때보다 좀 더 많이 알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정말 아는 게 없구나’ 하는 사실을 명확히 헤아리는 깨달음”이다. 다른 종류의 성취도 마찬가지일 테다. “자신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세상을 볼 때, 중년은 생각보다 푸근하고 여전히 활력이 넘치며 아름다운 축복일 수 있다. 이 책은 그 친절한 길라잡이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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