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도네츠크 바흐무트 부근의 한 길에서 러시아제 비엠피 보병전투차량을 타고 이동 중이다. AFP 연합뉴스
이분법을 넘어 한 권으로 이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메디아 벤저민·니컬러스 데이비스 지음, 이준태 옮김 l 오월의봄 l 1만8000원 발발한 지 1년 6개월이 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이분법적으로 나뉜 시각 가운데 우리는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미국과 서방 주류 언론의 시각에 더 친숙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책임‘만’ 묻는 것은 이 전쟁의 복잡한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가로막고, 결과적으로 전쟁을 멈추려는 시도를 무력화한다.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는 미국의 제국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여성주의 민간단체(NGO) ‘코드핑크’의 활동가 둘이 쓴 책이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범죄적일 뿐만 아니라 파멸적 행동이며 끔찍한 오판의 결과”라고 보지만, “동시에 소련의 해체 이래로 수십 년간 이어져온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전략이 심대한 수준의 정책 실수”라 생각한다고 밝힌다. 책은 “러시아가 침략자로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의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전쟁”뿐 아니라, 좀 더 넓은 지정학적 차원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과 나토가 더 공세적으로 유발한 갈등”이 있음을 파헤친다. 누가 총을 먼저 쐈느냐가 아니라 전쟁의 ‘기원’이 무엇인지 밝히려는 시도다. 가장 가까운 출발점은, 2013년 말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 문제로 불거진 유로마이단 혁명과 미국과 서방 세력이 지원한 쿠데타, 그리고 이에 대한 동부·남부 지역 친러시아 세력의 반발로 일어난 2014년 돈바스 내전이다. 2015년 2차 ‘민스크 협정’(유럽안보협력기구의 중재로 러시아·우크라이나·도네츠크인민공화국·루한스크인민공화국이 참여)으로 간신히 휴전이 이뤄졌으나, 돈바스 지역에 새로운 헌법적 자치 지위를 부여하는 조처 등 협정에서 제시된 정치적 해법들이 이행되지 않아 전쟁의 불씨가 남았다. 서방 세력은 민스크 협정 이행에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했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군사 지원을 하는 등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계속되는 위기를 러시아의 탓으로 돌리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지은이들은 ‘나토의 확장(동진)’은 그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핑계가 아니라, 실제로 러시아에 대한 ‘도발’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냉전 당시 미국의 안보 도구였던 나토는 탈냉전 시대에 “미국 단극 지배 체제의 균형추가 될 수 있는” 세력이 발전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도구가 됐고, 아예 러시아와 중국을 “주요 전략적 경쟁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패권 정책과 실질적인 압박 속에서 “나토 가입 여부는 주권국가의 선택권”이라는 ‘해맑은’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우크라이나 민중은 무자비한 러시아의 침략과 서방의 놀라운 오만과 어리석음이라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의도치 않게 끼여 있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