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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커피는 이 집이 경성 제일일 걸요”

등록 2023-09-08 05:01수정 2023-09-08 10:39

경성 맛집 산책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l 한겨레출판 l 2만2000원

“커피는 이 집이 아마 서울서는 제일 조흘 걸요.” “그래요? 미쓰코시 것이 제일 조타더니.” “건 그렇지만 이런 찻집 중에서 말이지.”

유진오의 소설 ‘화상보’에서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다. 여기서 서울 제일의 커피 맛을 두고 겨루는 곳은 ‘가네보 프루츠팔러’와 미쓰코시백화점 식당이다. 식민 지배와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어두운 시절일망정, 여유 있는 이들은 커피 맛을 품평하고 맛집을 찾아다녔음을 알 수 있다. 국문학자 박현수(성균관대 학부대학 대우교수)가 쓴 이 책은 일제강점기 소설을 매개 삼아 당시 경성의 식당과 찻집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조선 최초의 양식당 청목당, 조선공산당 창당 대회가 열린 중식당 아서원, 설렁탕집 이문식당, 이상과 박태원의 단골 카페 낙랑파라까지 맛집 열 곳의 메뉴와 가격, 분위기 등을 엿볼 수 있다.

방적회사가 운영하던 가네보 프루츠팔러는 모던보이, 모던걸 들의 핫플레이스였지만, 방적회사 여직공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채만식 소설 ‘금의 정열’의 주인공인 금광업자는 호텔 차를 타고 간 이문식당에서 우랑(소의 고환)과 혀밑(우설)을 곁들인 설렁탕에 고춧가루와 파 양념 등을 쳐서 시원하게 해장을 하는데, “철저하게 지저분한 시멘트 바닥, 행주질이라고는 천신도 못 해본 상 바닥, 질질 넘치는 타구” 등 식당 내부는 매우 더러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밖에도 작가 이효석이 단골이었던 화신백화점 원두커피 매장, 서민들의 한 달 식비보다 비쌌던 조선호텔 저녁 정식, 커피 맛은 별로였지만 출판기념회와 전시회, 음악회도 열렸던 예술인들의 아지트 낙랑파라 이야기 등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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