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14일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책을 구매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출판문화산업 진흥 계획’(2022~2026)에서 “수요 확대와 인프라 혁신으로 출판산업 성장의 발판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여러 추진전략들을 제시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전반적인 독서인구가 양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수요 자체를 확대하는 것, 곧 사람들에게 책을 더 많이 읽히는 게 핵심입니다.
그러나 최근 문체부가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은 이와 영 딴판입니다. 여러 ‘책 읽기’ 사업들을 포괄하는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항목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 대표적입니다. 진흥 계획에 버젓이 명시했던 사업이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대상 청소년들에게 도서교환권을 주는 ‘청소년 북토큰 지원’ 사업을 “전체 학생을 위한 보편적 독서 활성화 사업으로 방향 전환하는 걸 검토”하겠다 했는데, 예산안에선 이 사업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지역 내 독서문화 활동의 중심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지역서점에 북콘서트, 독서동아리 모임, 지역 내 저자와의 만남 등 문화활동 개최를 지원”하겠다 했는데, 지역서점 문화활동 예산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문체부 장관은 출판문화산업의 진흥에 필요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지역서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규정도, “양서 권장 및 독서 진흥 등 출판수요 진작을 위한 사업”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직무라고 정한 규정도 있습니다. 법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뒤집는 정부의 행태를,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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