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디디티를 넣은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페인트 회사의 광고 영화 ‘디디티, 모든 곳에 뿌립시다’ 중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미국의 페인트회사 셔윈윌리엄스는 1940년대에 살충제인 디디티(DDT)를 여기저기 칠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 ‘페스트로이’를 만들었고, 짤막한 영화로 이를 광고했습니다. ‘디디티, 모든 곳에 뿌립시다’(DDT, Let’s Put It Everywhere)도 그중 하나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페인트통에 담긴 디디티를 붓으로 문짝과 바닥에 바르거나 스프레이로 온 집 안에 살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디디티의 해로움을 잘 알고 있는 요즘 사람들이 보면 기겁을 할 일이지만, 영상 속 사람들은 그저 발랄하고 해맑기만 합니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등 디디티의 위험에 대한 잇단 경고에 힘입어 1972년 미국에서 디디티는 사용 금지되었습니다. 씁쓸한 것은, 디디티를 ‘모든 곳에 뿌리라’고 했던 화학회사들은 정작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디디티는 특허가 이미 만료되어 여러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생산하는 바람에 별로 큰 이익이 안 됐답니다. 디디티 퇴출은 유력 기업들에게 되레 더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 다른 화학물질들을 만들어 파는 계기를 제공한 셈이죠.
1970년대 초반 농업화학기업 몬산토가 개발한 글리포세이트가 대표적입니다. 인체에 미치는 해로움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글리포세이트가 뿌려졌습니다. 1995년과 2007년에 미시시피 삼각주를 따라 채취한 표본에서 공기 표본의 86퍼센트, 빗물 표본의 77퍼센트가 글리포세이트를 함유하고 있을 정도였다 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에야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그저 발랄하고 해맑은 우리의 모습에, 미래의 사람들 또한 기겁을 하겠지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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