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걸: 여성혐오의 논리
케이트 맨 지음, 서정아 옮김 l 글항아리 l 2만7000원
‘여성혐오’란 무엇일까? ‘여성+혐오’라는 직역이 가능한 탓에 종종 젠더 문제에 대한 논의를 산으로 가게 만드는 개념에 대해, 작심하고 만든 듯한 해설서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 부교수(철학) 케이트 맨은 ‘다운걸: 여성혐오의 논리’에서 여성혐오란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삶을 강요하거나, 그에 미달했을 때 온갖 형태로 마주해야 하는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제재의 작동 양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여성혐오 자체가 사회학에서 출발해 현상적으로 지지받아온 개념인 만큼, 지은이는 이를 철학적으로 논증하는 데 주력한다. 그 과정에 여성혐오는 단순히 여성을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행태를 일컫는 ‘순진한 해석’에서 벗어나고,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이라는 ‘휴머니즘적 인식’의 오류를 탈피하게 된다.
지은이는 여성혐오가 고정된 형태의 논리 구조나 인식틀이 아니라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남성의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법 집행’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논리와 이론의 세계에서 가부장제를 뒷받침하는 성차별주의와 달리, 여성혐오는 가부장제가 작동하는 메커니즘 자체라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의 세계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한 뉴턴의 고전역학이 성차별주의라면, 여성혐오란 물리의 세계에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차별 없이 작동하는 중력 그 자체다.
그렇다면 여성혐오가 강요하는 기준이란 무엇일까. 지은이는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통해 여성성을 설명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무조건적인 위로와 호의, 열매 맺기(섹슈얼리티) 등이 여성의 의무이자 미덕으로 신화화되는데, 과연 그 나무는 “소년을 바라보는 긴 시간 동안 행복했을까?”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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