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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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 ‘신의 역사’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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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탄생과 정신의 모험
카렌 암스트롱 지음, 배국원·유지황 옮김 l 교양인 l 3만6000원 종교를 떠나는, 아니 애초부터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럼에도 종교는 지금도 세상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진리가 사라진 시대임에도 ‘절대적인 존재’인 신은 여전히 사람들의 삶에 관여한다.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의 ‘신의 역사’는 달라진 시대 변화에 맞춰 사람들이 어떻게 신을 만들고 이해해 왔는지 추적한 역작이다. 1993년 출간된 이래 38개 나라에서 번역‧출간되면서 종교 분야의 굳건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1999년 처음 출간되었는데, 누락된 원문을 되살리고 오역 등을 바로잡아 ‘전면개역판’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암스트롱은 “서로 연결된 세 유일신 신앙”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신의 탄생 배경과 이후 오늘에 이른 과정, 철학과 사상이 신의 존재를 탐구한 방식을 유려하게 설명한다. 다만 “신의 실재 그 자체의 역사”가 아닌 “아브라함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신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가”를 탐구했다는 사실만큼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암스트롱은 종교를 일러 “육신이 물려받을 수밖에 없는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정의한다. 그런 점에서 인류는 예나 지금이나 지혜로운 인간(호모 사피엔스)이자 종교적 인간(호모 렐리기오수스)이었다. 고대인들은 “신성한 삶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 자체를 “인간 존재의 원형”이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여 “신을 모방하는 것”, 즉 “닮음의 영성”을 추구하였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모든 종교의 밑거름이 되었다. 기원전 20세기~기원전 19세기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정착하고, 훗날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 탈출(출애굽)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들의 유일신 야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전쟁의 신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인들 사이에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신화가 만연하면서 “초월과 동정심의 상징”으로 변모하였다. 이후에도 야훼는 “거룩하고 슬픈” 신이자 “전쟁” “정의” “지혜”의 신으로 실체를 바꿔나갔다. 절대자임에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존재 가치와 의미는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종교의 속성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유대교는 초기 기독교인들이 “새로운 모세, 새로운 여호수아, 새로운 이스라엘의 창시자”로 받아들인 예수의 출현과 함께 새로운 종교, 즉 기독교의 탄생을 목도하게 된다.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면서 “다윗의 아들”이라며 환대받았던 예수는 “로마가 내린 십자가형이라는 고통스러운 형벌로 사형” 당했지만, 그 일을 기점으로 “인간의 모습을 한 신”으로 추앙받기 시작했다. “신이 예수의 몸으로 육화했다는 교리”, 즉 성육신의 교리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이때부터 팔레스타인 한 지역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를 향한 새로운 기독교의 확장이 이어졌다. 한편 이슬람교는 7세기 초, “초월적 가치를 삶의 중심에 두고서 이기주의와 탐욕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무함마드 이븐 압둘라를 중심으로 태동했다. 무함마드는 자신이 속한 쿠라이시족이 “돈을 새로운 종교로 만들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 공동체 정신과 족장의 명령에 즉각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무루와’(muruwah)라는 이데올로기를 발전시켜 “종교적 기능”을 담당케 했다. 무함마드는 예언자 반열에 올랐고, 그의 계시를 담은 ‘쿠란’은 “‘징표’와 ‘메시지’를 해독하는 지성이 필요함을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이슬람 영성의 중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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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암스트롱의 대표작 ‘신의 역사’의 원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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