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둘이 살고 고구마

등록 2023-07-28 05:00수정 2023-07-28 09:41

밤에 부엌에 서서 혼자 고구마를 먹는데 앞으로 몇 년은 쩝쩝대는 소리처럼 뻔하겠다 싶은 것이죠 너가 뭔가를 잘못한 건 아니에요 각자가 포기한 만큼 우리 인생은 보답을 받고 있거든요 밤에 부엌에 서서 두 개째 먹으면서 뭉친 모래도 아니고 사람이 허물어질 리 없는데 몸의 가장자리 붙들고 산다 느끼거든요 삶은 고구마쯤 먹는데 식탁에 앉기도 뭐하고 쥐죽은 듯 넓어지는 밤 창밖이나 바라보니 인생 알아서 굴러간다는 말 실감하거든요 멍청하게 서서 가슴을 치다가 너를 잃고 싶진 않아요 너 잃고 혼자서 먹어보는 고구마가 궁금할 뿐 밤에 부엌에 서서 세 개째 삼키면서 인간들 참 무섭다 하루에 열 번씩 화내면서 좋은 날 모자 쓰고 산책하고 얼굴은 별로 주름도 없는 것이죠 그러다 사랑하는 너 죽으면 나의 인생 제멋대로 구르겠네 생각하고 있거든요 너가 언제 삶았는지 모를 열 개쯤 남은 고구마 앞에서

김상혁의 시, 계간지 <문학동네>(2023 여름)에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