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차이나 리터러시’ 펴낸 김유익씨
김유익씨가 24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차이나 리터러시’ 표지.
조한혜정 하자센터 설립자 만난 뒤
2015년부터 중국서 생태마을 시도
광저우 근교선 도농 생태공동체도
중국인 아내는 도시농업 확산 앞장 한국서 커진 반중·혐중 감정 통찰
“한국 대 중국 아닌 중국의 지역으로
만날 때 훨씬 부드럽게 풀릴 수 있어” 책 제목처럼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단다. “혐중은 오해 탓도 있죠. 한국인들은 중국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린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사실 중국 사람들은 지금도 시골 사람들입니다. 도시화율이 64%(2020년 기준)에 불과하거든요. 우린 80%가 넘죠. 어찌 보면 혐중은 농촌에 대한 혐오이죠.” ‘시진핑 독재 비판’을 두곤 이렇게 말했다. “한국 진보 쪽에선 ‘가짜 좌파’라고 중국을 비판하지만 사실 지금 중국 정치는 전통 왕조사회의 유교관료 통치를 나름대로 현대화시킨 정도라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그렇게 보면 중국이 왜 이렇게 가는지 이해하기 쉬워요. 생활 습관도 우리보다 보수적이죠. 제가 2007년께 베이징에 머물 때는 대가족문화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대가족문화가 우리보다 더 많이 남아있더군요. 특히 제가 사는 광둥 지역 마을이 그래요.” 그는 “중국 전문가라는 말이 언어 도단일 정도로 중국은 넓고 깊다”며 “중국을 제대로 알려면 중국의 지역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처음 중국인을 만날 때 ‘너 중국인이냐’고 하지 말고 ‘고향이 중국 어디냐’, ‘고향 음식은 뭐냐’고 물으면 좋겠어요. 한국 대 중국이 아니라 한국 대 중국의 지역으로 만날 때 훨씬 부드럽게 이야기가 풀릴 수 있어요. 동등한 눈높이에서요. 지역은 또 중앙의 자의식을 덧쓰고 있지 않아 한국인을 더 환대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있죠.” 그는 중국의 역사를 들어 말을 이었다. “제가 사는 광둥 지역만 해도 명청 시기에 지역 엘리트들이 유교관료제와 과거제를 받아들이면서 중화문명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죠. 동남아시아 혈통이 많았던 하층 주민들 일부가 그때부터 족보를 만들면서 한족화합니다. 푸젠 지역은 송나라 때 그런 일이 벌어졌죠.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중화문명에 양가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에게 정통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명이 망한 뒤 조선 지식인들이 가졌던 소중화 의식처럼요.” 한국을 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단다. “중국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한국에 관심이 없지만 한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둥베이나 산둥 지역은 한국에 대해 애증의 감정이 있죠. 광저우를 비롯한 남쪽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일본을 훨씬 더 좋아하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에 이렇게 바랐다. “중국과의 관계는 경제적으로 너무 손해가 큰 디커플링(비동조화)보다는 디리스킹(탈위험)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비중비미(非中非美)’를 해야 하는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베트남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중국이 위협할 경우 우리의 선택지로 활용해야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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