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소설 <짐승처럼>을 펴낸 임솔아 작가. 문학과지성사 제공
임솔아 지음 l 현대문학 l 1만4000원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시 등단하고, 2015년 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 통해 소설 등단한 작가 임솔아(36)의 최근 이력은 2022년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이다. 그가 신작소설 <짐승처럼>을 펴냈다. 주인공은 예빈과 채빈 자매다. 하지만 이 설명엔 결함이 있다. 별나와 유나도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예빈과 채빈의 관계는 별나와 유나, 또는 그런 존재들로 인해 닫혔다 열리고, 펼쳐진다. 소설 초입 독자들은 유나를 집 나가 길 잃은 아이로 보다가 곧 집을 잃은 개로 바로 보게 된다. 장치가 아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25%를 넘는 이 나라 그대로를 비춘다. 임솔아는 인간과 짐승의 경계를 인간사회 안에서 더 허물고자 한다. 비관이 아니다. 우리가 곧 마주할 세계를 그나마 낙관한 것이다.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여자(‘엄마’)는 거리에서 도움 준 사내와 17살에 예빈(‘나’)을, 19살에 채빈을 낳는다. 엄마는 이모에게 채빈을 맡겼다. 세 모녀가 다시 결합한 건 자매가 각기 7살, 5살 때다. 사촌인 줄 알았는데. 채빈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을 준 건 병아리다. 가족은 작은 방을 여러 닭들의 방으로 만들어야 했다. 채빈이 10살이 넘자 길거리 유기견들이 따른다. 갈등이 커지자 채빈은 유기견과 가출한다. “나는 짐승처럼 살겠지 했어”라는 각오로. (이런 채빈도 처음부터 언니의 마음만은 자주 묻고 살핀다. “언니, 화났어?”. 마치 모든 짐승이 인간에게 묻듯) 급기야 채빈 또래 가출 청소년들도 집을 드나든다. 현관은 늘 열려 있어야 했다. 예빈은 다 싫다. “지긋지긋한 집구석, 지긋지긋한 동물들, 지긋지긋한 아이들과 지긋지긋한 내 동생.” 집과 가족은 견뎌야 할 대상이다. 가출한 채빈을 찾으러 간 35살 엄마가 사고로 죽으면서 자매는 분노와 침묵으로 결별한다. 그리고 10년 뒤 엄마 나이에 가까워진 예빈은 가장 외로웠을 엄마의 비밀들, 자신이 오해했던 채빈의 진실 또한 바로 보게 된다. 인간의 언어로 치자면 ‘짐승 같던 시절’이, 길 잃은 이들을 서로 껴안으려는 ‘짐승의 마음’으로 해소되는 격이랄까. 이 과정에 내내 동행한 이들이 바로 유기견 유나, 그리고 예빈이 돌보던 유나의 ‘아이’ 별나다. 이들 가족은 이제 넷으로 재결합되고자 한다. 함께 “으르렁”대는 ‘공명’의 언어로서, 편협한 가족주의를 망각하여 ‘공생’으로 확장된 결과다.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 되는 ‘동물보호’ 정치의 이면이 이들 가족과 병치된다. 물론 이 설명에도 결함이 있다. 하나의 정치나 세태가 아니라, 하나이던 삶이 중지된 무수한 정치이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가 무수했다./ 나를 모래처럼 수북하게 쌓아두고 끝까지 세어보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오래 혼자였던 것일까.”(‘모래’ 부분) 임솔아의 첫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2017, 문학과지성사)이다. 이젠 물을 만하다. 이 시의 ‘나’는, ‘모래’는 짐승의 마음 아닐까.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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