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달걀의 비밀
하이진 글·그림 l 북극곰 l 1만5000원
세 닭 친구는 아주 좁은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어요. 너무 좁은 집 때문에 자꾸 몸이 부딪혀, 친구들은 매일 싸우기 바빴어요. 하지만 세 친구에게도 즐거운 시간이 있었지요. 퐁! 퐁! 퐁! “예쁜 알들… 사랑스러워! 작고 소중해.”
“근데 우리 알들은 이름이 왜 항상 똑같지?” “맞아. 늘 4야.” “달걀이 4개라서 그런가?” “항상 3개잖아.” “그럼 4시에 낳아서 그런가?” “낳는 시간은 맨날 다르잖아!” 도대체 4번 달걀의 정체는 뭘까요?
<4번 달걀의 비밀>에 담긴 삽화. 북극곰 제공
그때 바깥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닭이 한 마리 나타나 좁은 집으로 들어왔어요. “나 좀 살려 줘! 날 잡으러 올지도 몰라! 난 봤어! 정말 봤다니까!” “도대체 뭘 봤다는 거야? 미친 닭인가 봐….” “봤다니까! 4번 달걀의 비밀!”
그때 그물망이 휙 날아와서 떨던 닭을 잡아갔어요. “잠깐만! 그 비밀이 뭔데! 가지 마!” 닭이 잡혀가는 난리통에 닫혀 있던 문이 열렸어요. 닭들은 4번 달걀의 비밀이 뭔지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어요.
집 밖으로 나가려 발을 내딛는 순간… 꺄아아악! 저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어요. 닭들의 집은 높은 곳에 있었던 거예요. 정신을 차리고 위를 올려다보니, 4번 달걀을 낳는 수많은 닭이 보였어요. 그동안 살던 곳이 집이 아니라 농장이었던 거예요!
“말도 안 돼! 도망쳐!” 한참을 도망치다 닭들은 지쳐 쓰러졌어요. 그때 달걀이 하나 굴러들어왔어요. 희미하게 빛이 스며들어오는 문에서요. 닭들이 힘을 합쳐 문을 활짝 여니…, 거기엔 푸른 초원에서 뛰노는 다른 닭들이 보였어요! 세 친구 닭은 태어나 처음으로 날개를 펴 신나게 날아오르며 뛰어놀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천국에 도착했나 봐!”
달걀 껍데기에 인쇄된 숫자를 유심히 본 적이 있나요? 앞의 숫자 네 자리는 산란일자, 가운데는 생산자 고유번호, 마지막 숫자는 사육 환경을 표기한 거예요. 4번 달걀은 에이(A)4 용지보다 좁은 케이지에 갇혀 사는 닭이 낳은 알이에요. 한국에서 생산되는 달걀의 96%를 차지하죠. 여러 나라에서 4번 달걀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하고 있대요. 이 책을 읽고 아이와 함께 달걀에 적힌 숫자를 찾아보면서, 우리가 먹는 달걀이 생산되는 환경과 동물들의 권리에 관해서 이야기해볼 기회를 만들어보면 좋겠죠?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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