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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소설가 안정효 별세

등록 2023-07-02 11:56수정 2023-07-02 18:47

향년 82…왕성한 번역 활동도
번역가 겸 소설가 안정효씨가 지난 1일 별세했다. 향년 82.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번역가 겸 소설가 안정효씨가 지난 1일 별세했다. 향년 82.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소설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을 쓴 작가 겸 번역가로 왕성하게 활동해온 안정효씨가 1일 오전 10시 별세했다. 향년 82.

1941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동고, 서강대(영어영문학)를 나와 스물셋에 <코리아 헤럴드> 기자로 일했다. 자신의 말로 20대 때, 연애도 하지 않고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영어 소설을 읽고 번역하고 습작 원고를 썼다”고 한다. 이후 군 입대해 백마부대 소속으로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어 앞서 일한 영어 신문에 글과 소식을 연재했다. 이는 뒷날 안정효를 작가로서 대중에게 맨 먼저 각인시킨 3부작 장편 <하얀 전쟁>의 ‘정지 작업’이 됐다.

제대 뒤 몇몇 언론사를 거쳐 <코리아 타임스>에서 문화부장을 지냈고 번역가로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1975년 번역한 콜롬비아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1982년 1회 한국번역문학상을 받은 존 업다이크의 <토끼는 부자다> 외 펄 벅의 <대지>, 앨리스 워커의 <컬러 퍼플>, 어윈 쇼의 <야망의 계절>,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의사 지바고> 등 150종이 넘는 작품을 국내 소개했다. 번역은 ‘글쓰기의 자산’이 됐다. 안정효는 “소설가에게 가장 큰 재산인 경험”을 “실제 경험보다 책에서 더 많이 얻”기에 부러 “다양한 분야를 번역했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하얀 전쟁>을 뒤늦은 첫 등단작으로 출간한 뒤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미늘> <정복의 길> 등을 펴냈다. <하얀 전쟁>은 미국으로 가 직접 영어로 번역 출간했다. 특히 이 작품과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군의 베트남 양민 학살, 주한미군의 성범죄를 다뤄 쟁점이 되기도 했다.

집요한 자료 수집과 시간 관리로 소설, 번역, 에세이 등을 완성하기에 그밖의 사교나 대중 노출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17년, <하얀 전쟁>은 10년에 걸쳐 완성했다. 소설을 준비하며 안정효가 가장 탐독했던 책은 루돌프 플레시의 <잘 읽히는 글쓰기>, 그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면, 끝내라”였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자료를 모으고, 완성하려던 작품들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4월엔 미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베트남 전쟁이 소재인 <조용한 미국인>을 번역해 국내 소개했다.

그는 ‘국내 최초로 기획된 오역사전’이란 이름으로 소개된 <안정효의 오역 사전>(2013)을 내놓기도 했다. 책에 담긴 3천여 편의 영화 자료, 2천개가 넘는 오역 사례에서 보듯 전문적 영화광이기도 하다. 주요 소설은 90년대 영화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얻었다.

<토끼는 부자다> 등 ‘토끼 시리즈’는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소설가·감독 천명관이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로 꼽았었다. <밀크맨>으로 2020년 유영번역상을 받은 홍한별 번역가는 안정효가 번역한 <백년 동안의 고독>과 이윤기의 <장미의 이름>을 통해 “번역가도 하나의 훌륭한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유족으로는 아내인 박광자 충남대 명예교수(독어독문)와 딸 미란, 소근씨가 있다. 서울 은평성모장례식장, 발인은 3일 오전 5시.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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