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응 거부선언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
이하루 지음 l 온다프레스 l 1만5000원
솔직함은 분명 미덕일진대, 그 순도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 걸까. <사회적응 거부선언>은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과 연민, 이 고귀한 정신의 힘을 순도 100%의 솔직함으로 정련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대해 일반적인 소개글을 붙인다면, 다큐멘터리 감독, 음악가, 열렬한 동물해방운동 활동가인 이하루가 쓴 여행 산문집이라 할 수 있겠다. 글쓴이는 2014년 한국을 떠나 2021년 귀국할 때까지 60여개국 4만㎞ 이상을 걸었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는 여행기와 다르다. 그는 불과 몇백만원만 들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결심한 뒤 한국을 떠났다. 이후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물을 ‘구조’하는 ‘덤스터다이빙’, 산중턱에서 낯선 이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는 ‘레인보우 개더링’ 등 지구 어디엔가 이런 삶이 존재하는구나 느껴질 법한 방식으로 7년간 ‘생존’한다. “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존재가 되기로 결심”한 듯 말이다.
21세기 히피의 여정에도 폭력성이 찾아들었다. 누구보다 솔직한, 그래서 용맹한 글쓴이는 여기에 맞서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듯, 유럽의 난민 인권 운동, 이스라엘의 반성폭력 운동, 미국의 동물해방 운동 등에 차례로 몸을 던진다. 아마 글쓴이가 지금 가장 몸서리치는 것은, 수십억 인류가 애써 눈감는 가장 구조화된 폭력, 공장식 축산업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비인간에 대한 학살.
마음 속에 죄책감이라는 고통이 찾아들 때, ‘누구나 마음 속에 지옥 하나쯤 품고 산다’는 말을 되네곤 했다. 글쓴이는 나태한 자기연민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따져 묻는 것이다. ‘그러시군요, 당신의 솔직함은 순도 몇 퍼센트입니까?’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