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애로 다시 읽는 관계와 욕망, 로맨스
앤절라 첸 지음, 박희원 옮김 l 현암사 l 1만8000원 드라마, 영화, 책엔 ‘사랑 공식’이 있다.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은 서로를 안고, 키스하고, 섹스하고 싶어 한다. ‘로맨스=성적 욕망’이라는 공식은 얼핏 ‘1+1=2’처럼 절대불변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정말 ‘모두가’ 성적 끌림을 느낄까. 14살에 인터넷에서 ‘무성애’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앤절라 첸은, 10년 뒤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이 친구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첸은 “누군가와 가까이 있고 싶어”라는 친구의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첸은 누군가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에이스〉는 첸이 무성애자 100명을 만나 그린 무성애 세계의 지도다. 100명의 무성애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섹스는 하지만 성적 끌림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고, 아예 섹스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책은 ‘무성애-유성애’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을 경계하고, 무성애는 동성애·이성애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성적 지향’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로맨스의 뿌리에 성애가 있을 것이라는 보편적 믿음에 대해 ‘강제적 섹슈얼리티’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성적 끌림’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무성애자와 유성애자 모두에게 폭력이기에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흑인은 성욕이 많을 것이라는 편견, 아시아인 여성과 장애인은 성욕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과 싸운다. 성적 끌림을 못 느끼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끼거나, 파트너의 요구에 마지못해 섹스를 ‘승낙’하는 사람, 섹스는 불변의 충동이라고 말하는 모두에게 추천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성과 관련된 해로운 내러티브를 해체하고, 더 넓고 동등하고 즐거운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평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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