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2세대 사회학·인류학자 회고록
한국·미국에서 ‘쓸모없다’ 짓눌린 여성
요리·음식 통해 다시 따뜻하게 보듬는 작업
한국·미국에서 ‘쓸모없다’ 짓눌린 여성
요리·음식 통해 다시 따뜻하게 보듬는 작업
게티이미지뱅크, 글항아리 제공.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그레이스 M 조 지음, 주해연 옮김 l 글항아리 l 2만2000원 제국주의 세력의 잇단 식민지배, ‘냉전’이란 허울 아래 벌어진 동족상잔과 분단…. 전쟁과 가난 속에서 어떻게든 생존하려 했던 여성들에게 한국 사회는 ‘양공주’와 같은 멸칭으로 낙인을 찍었다. 쫓겨간 미국 사회에서 겪어야 했던 것은 유색인, 소수 인종, 이민자란 이유로 쏟아진 차별과 배제였다. 이렇게 인간으로서의 명예를 잃고 한평생 오직 수치심만을 강요받은 여성들에게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전쟁 같은 맛>(원저 2021년 출간)은 미국 뉴욕 시립 스태튼아일랜드대학 사회학·인류학 교수인 그레이스 엠(M) 조(52)가 어머니의 삶을 반추하며 쓴 책이다. 지은이의 어머니 ‘군자’의 삶을 건조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 태어나 해방과 미군정기를 겪었고, 한국전쟁 통엔 아버지와 오빠, 언니를 잃었다. 1960년대 기지촌에서 일하며 미군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고, 그 뒤엔 미국인 선원을 만나 지은이를 낳고 결혼했다. 1976년께 남편을 따라 외국인 혐오가 극심했던 미국 워싱턴주 작은 마을에 이주해 살았고, 지은이가 열다섯 살 때 조현병이 발병했다. 세상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격리시킨 채 살던 그는 2008년 심근경색으로 눈을 감았다. 이처럼 짤막한 서술에서도 여성, 피식민자, 전쟁 생존자, 성노동자, 디아스포라, 이민자, 소수 인종, 정신질환자 등 복합적이고 중층적이어서 일면만을 볼 수 없는 생애가 드러난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어머니의 미국 이민은 ‘추방’이었다. 전후의 폐허 속에서 “미군 주둔으로 한국이 얻는 이익은 상당해서, 당국은 기지촌 성산업을 ‘외화벌이’의 일환으로 적극 홍보”했고, 젊은 여성이 생존을 위해 기지촌에서 일하는 것은 누군가 쉽게 말하듯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그들에게 ‘양갈보’라는 낙인을 찍었고, “아버지들은 딸이 일해서 번 돈으로 가계 빚을 갚았으면서도 그 딸을 호적에서 파냈다.” 애초 이승만 정부는 혼혈 아동을 한국 국적자에서 배제하고 대통령 긴급명령(1954년)까지 내려 그들을 ‘국외 입양’시킨 바 있다.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옮겨온 미국은 그들에게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아버지의 고향 셔헤일리스에서 지은이 가족은 “이곳에 정착한 최초의 아시아인이자, 수십 년 만에 나타난 이민자들”이었다. ‘칭크’(Chink: 중국인의 멸칭), ‘잽’(Jap: 일본인의 멸칭)이라 불러대는 인종차별 속에서, “나는 한국인이야”라 항변하던 지은이의 대답은 점차 “나는 반(半)한국인이야”로, 결국 “우리 아빤 미국 사람이야”로 바뀐다. 끊임없는 차별과 배제 속에서 점차 “엄마를 사라지게 만드는 법을 배운” 것이다.
60년대 한국 기지촌의 모습. 글항아리 제공
지은이 가족이 살았던 미국 워싱턴주 셰헤일리스에 있는 숲을 지은이가 직접 찍은 사진. 지은이의 어머니는 이곳에서 버섯, 블루베리 등을 채집하는 데 열을 올렸다. 글항아리 제공
지은이는 “함께 나누었던 식사가 무슨 의미였는지 온전히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엄마에게 대접하는 음식이 과거를 보드랍게 놓아주는 효과가 있음을 이해하게 된 건 생태찌개를 요리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글항아리 제공
뉴욕 시립 스태튼아일랜드대학 사회학·인류학 교수 그레이스 엠(M). 조. 글항아리 제공
지난해 9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대법원 판결 선고 기자회견에서 원고인단과 여성단체 회원들이 대법원 판결 선고에 환호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정부가 원고들에게 각 300만원~7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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