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차별, 격차, 폭력…넷플릭스에는 세계와 시대가 있다 [책&생각]

등록 2023-06-16 05:00수정 2023-06-16 10:35

기자들이 소개하는 콘텐츠 20편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가면…

인종차별, 빈부격차, 전쟁·테러 등
세계사의 주요 장면, 배경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퀸스 갬빗>은 미소냉전의 암울한 역사를 읽는 텍스트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 갈무리
넷플릭스 시리즈 <퀸스 갬빗>은 미소냉전의 암울한 역사를 읽는 텍스트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 갈무리

넷플릭스 세계사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l 푸른숲 l 1만8800원

영화와 드라마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한 나라나 문화권의 이슈에 머물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함의를 담아낼 때도 많다. <넷플릭스 세계사>는 “넷플릭스라는 ‘콘텐츠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스무 편의 작품을 통해 인종차별, 전쟁과 테러리즘, 보혁충돌, 빈부격차 등 이제는 보편화된 오늘 우리 시대의 문제에 대해 묻고 답한다.

미국 드라마 <너의 심장>은 미국 최대 원주민 보호구역인 나바호네이션에 거주하는 나바호족 10대 여성 샤사가 또래 백인 여성의 심장을 이식받고 겪는 “기이한 환영과 충동”을 그려낸 미스터리물이다. 미국 사회가 원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이제는 문명화한 한때의 야만인” 정도다. <너의 심장>은 그러한 인식과는 다른, 즉 “가난과 기회 박탈 등 구조적인 불평등을 마주한 원주민 사회가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들은 1890년 12월 운디드니에서 자행된 원주민 학살을 시작으로 미국의 원주민 동화정책의 허와 실, 이에 다양한 방식으로 맞선 원주민 저항운동 등을 직조하며, 세계 전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종차별의 적나라한 현실을 엄밀하게 보여준다.
넷플릭스 시리즈 &lt;화이트 타이거&gt;. 넷플릭스 갈무리
넷플릭스 시리즈 <화이트 타이거>. 넷플릭스 갈무리

2021년 제작된 인도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인도판 <기생충>”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시끌벅적한 노래와 춤” 대신 “21세기 인도를 억누르고 있는 끔찍한 빈부격차와 금권주의, 천박한 자본주의, 부정부패, 남녀차별, 범죄”를 “무거우면서도 가볍고,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담고 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에서 큰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아쇽은 본래 최빈민층 출신 살인자였음에도 갖은 권모술수로 성공의 사다리 제일 꼭대기에 안착한다. 저자들은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물론 인도 현실 정치의 모순점, 빈부차이가 만든 새로운 카스트, 명예살인 등의 문제를 엮어낸다. 읽다 보면 먼 나라 인도만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먹먹한 대목들이 많다.

넷플릭스 시리즈 &lt;두 교황&gt;. 넷플릭스 갈무리
넷플릭스 시리즈 <두 교황>. 넷플릭스 갈무리

“체스판은 곧 세상”이라는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말을 그대로 입증한 드라마는 2020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 <퀸스 갬빗>이다. 체스에 천재적 재능을 지난 소녀 엘리자베스 허먼의 성장기인 이 드라마에서, 저자들은 미소냉전의 암울한 역사를 소환해낸다. 허먼의 체스판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이 대립을 거듭하던 시절을 고스란히 재현한 전쟁터라고 할 수 있다. 당대 체스 최강국은 소련이었는데, 1920년대 초반부터 체스가 소련군 훈련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군 내부에 체스 선수들로 구성된 부대가 조직되기도 했다. 냉전기에도 미소는 체크 대결을 벌였고, 승패에 따라 일희일비했다. 저자들은 체스의 역사부터 체스판 위에서 벌어진 남녀차별의 역사까지, 체스 한 판으로 엮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들을 담아낸다.
넷플릭스 시리즈 &lt;더 스파이&gt;. 넷플릭스 갈무리
넷플릭스 시리즈 <더 스파이>. 넷플릭스 갈무리

이 외에도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왜 앙숙이 되었는지 스파이들의 활동을 통해 보여주는 프랑스 드라마 <더 스파이>,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유럽의 시각을 보여주는 스웨덴 드라마 <칼리프의 나라>,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문득문득 울컥하게 만드는 영화” <두 교황> 등을 유려하게 해석하며 우리 시대의 문제에 한 발 더 다가선다. ‘넷플릭스’로 지칭했을 뿐, 전 세계에서 태어나는 거의 모든 콘텐츠에는 시대상이 담기게 마련이다. 그것을 어떻게 읽을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넷플릭스 세계사>는 그중 하나의 가이드로 삼기에 충분하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출판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