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지음 l 문학동네 l 2만원 곱디고운 ‘작가의 말’부터다. 동시 쓰는 이안(56)이 동업자들의 동시를 평할 때의 자세. “어느 글도 사랑 아니면서 쓴 글은 없다. 동시집의 뒷자리에 놓이는 해설은 사랑으로만 가능한 글이어서 나는 매번 내 사랑의 부족과 한계에 절망했다. 첫 문장의 실마리가 풀려나오기 전까지 읽고 또 읽고 녹음하고 듣고 필사하기를 반복했다. 당신의 이름을, 당신에게 알맞은 목소리로 부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첫 동시평집 9년 만에 내놓은 이안의 두번째 평론집 제목은 <천천히 오는 기쁨>이다. 동시의 전도사가 되고자 하는 곡진한 마음을 독자에게 부쳤다.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김륭), <넌 어느 지구에 사니?>(박해정), <저녁별>(송찬호), <비밀 다락방>(우미옥),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김개미) 등 21편의 동시집을 동봉하여. 유일하게 두 권이 포함된 송진권 시인 편을 보자. “세 사람이 살았는데/ 한 사람이 어디로 갔어/ 두 사람만 남았어// 한 사람은 새를 따라갔다고도 하고/ 산을 넘어가는 걸 봤다고도 하고/ 말을 타고 갔다고도 해// 두 사람은 한 사람을 생각하며/ 세 사람이 좋아하던 국수를 먹어/ 울면서 국수를 먹어/ 어디서 아프지나 않은지/ 밥은 굶지나 않는지// 한 사람은 두 사람을 생각해/ 두 사람도 한 사람을 생각해/ 울면서 퉁퉁 불은 국수를 먹어”(‘트라이앵글’) 첫 동시집 <새 그리는 방법>과 두번째 <어떤 것> 모두 “있었던 것의 없음이 있음”을 “생생하고도 일관되게 기록해 왔다”는 설명으로 송진권의 동시들이 부르는 감동의 연원을 추적해본다. 이는 한때 있었던 것을 영원히 있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동심의 본연 같아 가장 동시적이다. 하니 그 동시는 송진권 자신의 어른 시집(<자라는 돌>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은 물론이요, 최근 오은의 시집(<없음의 대명사>)과도 만난다 해도 무방하겠다, 어른이 된 나와 아이가 된 나의 나란한 시선으로, 한 곳에 닿는.
동시를 쓰고 평론하는 이안 작가.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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