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 한겨레 자료사진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구글을 통해 한글 번역한 결과 정확도가 4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 텍스트 번역은 “시간 낭비에 가깝다”는 전문가 평가도 나왔다.
인공지능(AI)을 통한 문학 텍스트 번역의 한계를 짚으면서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심포지엄 ‘에이아이 번역 현황과 문학번역의 미래’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문학번역원(곽효환 원장) 주최로 열린다.
전혜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전문통번역학)는 발제문을 통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기계번역과 인간번역 비교 분석 결과, 정확도가 30~40% 미만 수준에 그쳤다”며 “어휘, 문법(형태론, 구문론), 화용론, 문체론, 문화적 층위에서 복합적으로 번역 오류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리·론 등 동급생들, 교수들, 사제 사이의 대화 등에서 등장인물의 지위·성격·관계 등이 파악되지 못해 발생하는 화용적 측면(맥락적 언어사용)의 오류가 먼저 지적됐다. 전 교수는 “친숙한 영국 문화를 바탕으로 낯선 마법 문화 세계를 만든 작가의 <해리포터>에 그려진 영국의 문화와 모습을 독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가 야기됐다”고 문화적 층위의 문제도 지적했다.
마승혜 동국대 교수(영어영문학)는 시, 영화, 소설, 웹툰별 사례를 원문, 인간번역(기존 영역본), ‘챗지피티’(ChatGPT) 번역간 비교 분석했다. 시의 함축적 의미, 영화 자막의 시·공간적 제약을 고려한 압축, 소설의 원천언어와 목표언어의 문화차를 반영한 호환성, 웹툰의 신조·의성·의태어(단순문장) 번역 능력을 주로 살폈다. 일례로 생략이 많은 시 장르에선 챗지피티가 주어부터 혼동해 옮기는 경우(김이듬 시인의 <히스테리아>와 전미번역상을 받은 영역본 비교)가 흔했고, 영화 <기생충>에선 ‘김칫국을 마신다’는 관용구조차 직역되는 수준에 그쳤다. 소설 <채식주의자>(한강)의 영역본(데보라 스미스 번역)은 ‘만화’, ‘육회’ 등을 영어로 음차해 한국 소설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이국화 번역 전략도 선택적으로 구사한 반면, 챗지피티는 “종속적 번역”을 할 뿐이었다.
“문학 번역의 경우 기계번역의 품질이 현저히 낮아 인간이 재번역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전혜진 교수의 진단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 텍스트 번역은 수정해야만 할 부분이 너무 많아 시간 낭비”라는 윤선미 한국문학번역원 교수(번역아카데미)의 총평과 일치한다. 윤 교수는 인공지능 경우 △문학의 은유, 말장난, 함축적 의미에 대한 이해 △한국어의 문어체-구어체, 대화-내레이션 등의 구분 △독자와 현지 문화적 관습의 고려 등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다만 “인공지능이 초 단위로 학습을 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번역플랫폼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생성 에이아이는 미리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해낸다. 따라서 신조어, 특수용어 등은 꾸준히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며 “인공지능이 (번역을) 100% 대체할 수 없을 것이며,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의 번역에서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통해 전문 번역가들이 고품질 번역을 완성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아이 시대의 도래와 문학번역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맡은 정과리 연세대 교수(국문학)는 한국소설 몇 대목을 ‘빙’과 챗지피티로 번역 비교한 결과를 통해 “현재적 수준에서 에이아이 번역기는 자동 번역기로서의 충분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에이아이는 평범한 번역의 최대치까지 갈 수는 있으나 창조적인 수준으로 넘어가지는 못한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에이아이가 ‘창조하는 인간’과 같이 자발·의도적으로 시행착오를 감행하는 ‘진화’가 한동안 가능하냐는 데 의문을 던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과학적 지식과 합리적 추론에 대한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인간과 에이아이의 공진화의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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