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지돈.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지돈 지음 l 창비 l 1만5000원 작가 정지돈의 텍스트 궤적은 ‘전공 불문’한 채 넓다, 아니 넓어진다. 지난 3월엔 ‘모빌리티’를 주제로 한 연작 소설을 내놓았다. 정지돈(40)이 대구에서 태어났을 무렵 그 일대서 ‘발원’한 작가 장정일(61)이 떠오를 만큼 넓어짐. 이야기를 짓는다기보다 도처에서 포착하여 데려온다 해볼까, 그렇게 이야기를 도처로 이동-확장시킨다 해볼까. 첫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를 놓고 어느 계간지의 평론가 대담(2016)을 복기하며 작가는 썼다. “가장 인간적이어야 할 문학작품을 정지돈은 단지 정보와 지식의 영역에서, 재조합·배치·조립의 방식으로 썼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소설은 감정을 상실한 비인간적인 소설이다. (…) 친구들은 나를 인구(인간 구글)라며 놀리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비인간’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발랄한 전복자 정지돈의 새 소설집 <인생 연구>는 자신의 말마따나 “비인간적… 만남”을 포착하여 감각과 윤리를 확장시키는 데 주된 의도를 뒀다. 웃기다, 현학적으로까지. ‘나, 슈프림’부터. 작가가 된 ‘나’가 중학교 동창의 블로그(아이디 또또)를 발견한다.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해… 꼭 남겨야 하는 마지막 기록”이라면서 네이버 ‘전체공개’. 이웃은 고작 둘. 초등생 때부터 부자인 데다 박학다식하고 전투적이었던 이의 현주소이나 또또는 또또다. 2015년 출시한 ‘나무위키’를 여럿 무시할 때부터 향후 규범으로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거라며 가장 활발한 기여자로 활동한 또또. 하지만 곧 편집권을 독점하는 운영진과 충돌한다. 2021년 12월 대선이 결정적. 윤석열 캠프가 나무위키를 공약 플랫폼으로 삼고 누구든 공약을 작성 보완할 수 있게 한 데서 보듯 “나무위키가 한단계 도약할 시기”인데 운영진이 여전히 걸림돌인 것. 당시 소식을 보도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 잘 말해주질 않는가. (이런 댓글, “ㅋㅋㅋㅋㅋㅎㅎㅎㅎㅎㅎ”) 또또는 급기야 본사가 있다는 파라과이로 향한다. 나무위키의 해방을 위해.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온라인 집단 지성세계의 비인간적 작가처럼, 정지돈은 덤덤히 남미의 독재자들 정보까지 불러와 또또의 실패한 혁명사(?)에 교직시킨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도 진실은 볼 줄 모”르니까. 야구선수 양준혁과 남고생의 동네 목욕탕 만남 또한 느닷없긴 마찬가지다. 게다 이 단편(‘해저생할’)의 주인공은 학교 부적응자로 목욕탕에서의 독서가 유일한 낙이었던 ‘나’에게 그날 양 선수의 사인을 젖은 책에 받게 도와준 이웃집 건달 ‘석이 아저씨’다. “좆도 아니지” 되뇌며 해맑게도 비루한 삶을 시전하던 그가 왜 아버지한테 90도로 인사하고 “형님, 나오셨습니까” 묻는 걸까. 이 단편엔 ‘~같다’, ‘~같지 않다’의 서술이 많다. 기억에 의존한 모양새라서지만 이만큼의 비인간(윤리)적 거리로 진실이 무덤덤히 드러나는 방식. 알고 보니 아버지는 목욕탕 여주인과도…. 뭘까.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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