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7월 중순 출간
<탱크>로 제28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김희재(36)씨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옥상에서 작품 구상 배경 등을 설명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 신수동 한겨레출판 회의실에서 최종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기호·김건형·김금희·편혜영·강화길·선우은실·서영인.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심사평 “바보 같지만은 않은 ‘텅 빈 믿음’에 서사적 힘”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집필된 작품, 에스에프(SF)적 상상력을 통해 현재 우리 삶에 대해 성찰한 작품, 여성 젠더 및 퀴어에 대한 해석을 토대로 전개되는 서사. 예심에서 검토된 작품의 경향은 크게 위와 같았다. 구체적 서사의 내용은 각각 달랐으나 ‘지금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까닭’에 대해 저마다의 해석적 관점을 보여준 것이리라 여긴다면, 위와 같은 다소 거친 분류는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적합한 방식’을 선택한 결과이리라. 다시 말해 역사 탐구, 유비적 상상력, 젠더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고 또 요청되는 시대의 소산이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기를, 또 이야기 나누기를 요청받는 여러 주제 가운데 본심작에 오른 것은 다음의 일곱편이었다.
<유령의 걸음걸이> <이 세계의 끝> <애리조나의 바다> <착한 병사 스미스> <붉은 피아노> <그녀의 삶에 알맞은 온도> <탱크>.
본심작을 두고 선정의 기준으로 주로 논의되었던 것은 유의미하게 주지할 만한 ‘사실’을 넘어 ‘소설적 구성’을 취하고 있는가, 소재의 특이성을 넘어 인물 자체가 지닌 서사가 충분히 제시되었는가, 작품이 세계에 대해 어떤 전망을 제출하고 있는가였다. 이 기준이 작품의 서사적 완결성,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라 납득될 만한 주제의 시의성과 같은 공통된 전제 위에서 제출되었음은 물론이다.
이에 주로 논의된 작품은 <이 세계의 끝> <그녀의 삶에 알맞은 온도> <탱크>였다. <이 세계의 끝>은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망가진 세계 위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방황하고 머뭇거리는 생존자가 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아포칼립스’ 서사의 잘 알려진 형태를 취하는 이 서사의 구성이 이 주제를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며, 마찬가지의 차원에서 주요 인물의 전진하는 행보에 비해 주변 인물의 배치가 다소 소극적으로 읽혔다는 지점이 아쉬운 점으로 이야기되었다. <그녀의 삶에 알맞은 온도>는 실존하는 신여성 인물의 연대기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인 서사다. 실존 인물이 가진 사실적 배경과 그 체험이 워낙 이상적인 형태의 극적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그 자체가 충분히 서사적 흥미를 자아낼 수 있음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또한 최근의 여성 서사의 흐름에도 부합하는 주제이자 테마라는 점에서 인상을 끌었다. 다만 실존 인물의 생애에 서사적 해석과 구성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소설이 ‘사실’에 바탕을 두는 것이기는 하나 사실에 대한 ‘재구성’으로서 해석이 개입되는 작업인 이상, 인물에 대한 해석과 그에 적절한 상상력의 개입이 ‘사실’을 ‘서사’로 만드는 것임을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탱크>는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받으며 선정작으로 결정되었다. 이 작품에는 어떠한 원인이 반드시 그에 응하는 결과로 주어지지 않는 세계에서 자신이 처한 곤란함을 해소하기 위해 ‘텅 빈 믿음’을 실천하는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이 서사는 믿음에 의한 실천이 그 자체만으로 긍정될 수 없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비이성적이어 보이는 ‘믿음’을 추종하는 일이 세간의 시선에서는 얼마간 바보 같은 일처럼 보일지라도, 누구나 저마다의 ‘믿음’, 즉 ‘내가 이것을 믿고 있음’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이 기입되어도 무관한 텅 빈 상징을 좇는 것에 대해 서사는 이야기한다. 이런 텅 빈 것으로의 단말마적인 추구가 누구에게라도 경험되는 일인 이상 그 바보 같음이 결코 자신의 것 아님을 부정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에 서사의 힘이 있었다. 주요 인물과 관련된 주변 인물의 개별적 서사가 다소 불충분하게 여겨지는 지점이 있었고, 결말에서 보여주는 이 소설 이후의 세계에 대한 지향이 불투명해 보인다는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작품이 ‘믿음’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의식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었다. 이런 의문을 발생시키는 것까지가 이 작품의 미덕이라 할진대, 앞으로도 ‘의문’을 거듭 이어나가는 서사를 쓸 수 있기를 응원한다.
심사위원 강화길 김건형 김금희 이기호 서영인 선우은실 편혜영(대표집필 선우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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