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비평
선형적인 스토리텔링 위한 역사적 사실 선별·배제
선형적인 스토리텔링 위한 역사적 사실 선별·배제
2018년 칼로 인한 범죄를 경계하는 취지로 영국 오스웨스터리에 세워진 ‘칼 천사’ 동상의 모습. ‘역사적으로 폭력이 줄어왔다’는 인지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의 주장은 다양한 비판을 불렀다.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위키미디어 코먼스
스티븐 핑커의 역사 이론 및 폭력 이론에 대한 18가지 반박
필립 드와이어·마크 에스(S). 미칼레 엮음, 김영서 옮김 l 책과함께 l 3만8000원 인지심리학자 스티븐 핑커(69)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2011, 이하 <선한 천사>)란 책으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인간이 이성·과학·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삼아 세상을 과거보다 조금씩 더 낫게 만들어왔다는 주장, 곧 ‘계몽주의’가 핑커의 토대다. 인간의 전체 역사에서 폭력이 줄어든 통계를 제시하는 등 실증적인 방법을 동원해 ‘진보’에 대한 믿음을 설파하는 그의 작업은 비관주의에 지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선한 천사>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단언한다. “믿거나 말거나 폭력은 긴 세월에 걸쳐 감소해왔고 오늘날 우리는 우리 종이 존재한 이래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는 여러 역사학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핑커의 작업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책이다. 엮은이인 필립 드와이어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대 교수와 마크 미칼레 미국 일리노이대 명예교수가 “핑커가 내놓은 얼토당토않은 주장의 일부를 반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2017년 학술지에 실었던 특별 기획을 다듬어 단행본으로 내놓았다. 이들은 “오늘날의 삶이 전보다 덜 폭력적이라는 핑커의 주요 논지가 필연적으로 틀려서 그를 비평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학자들이 지적하는 핑커의 문제점은, 폭력과 관련된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취사선택하거나 오용하는 연구방법의 문제에서부터 그의 주장이 은밀하게 품고 있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성격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선한 천사>에서 핑커는 ‘대인간 폭력’을 보여주는 살인율, 전쟁행위에 의한 사망자 통계 등 실증적인 데이터들을 앞세워 폭력이 오랜 세월에 걸쳐 감소해왔다고 주장한다. ‘비국가 사회’와 ‘국가 사회’에서 연간 인구 10만명당 전쟁행위로 인한 사망자 수를 비교하는 통계, 1300년부터 유럽의 살인율이 감소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 등이 대표적이다. 폭력의 감소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로는 “당신이 전혀 들어보지 못한 가장 중요한 사상가”라며 독일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1897~1990)의 ‘문명화과정’ 이론을 주로 참고한다. 거칠게 말하면, 근대 초기 서유럽에서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고안된 통제력이 점점 더 넓게 확산되어 살인율 감소 등 ‘문명화’를 자리 잡게 했다는 이론이다. 핑커는 폭력을 감소시킨 ‘선한 천사’로 이성과 감정이입 등의 역량을, 다섯 가지 역사적 힘으로 사적 폭력을 억누르는 ‘리바이어던’(국가나 사법체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온화한 ‘상업’, ‘여성화’, ‘세계주의’, 지식과 합리성을 기초로 삼는 ‘이성의 에스컬레이터’ 등을 꼽는다.
2018년 칼로 인한 범죄를 경계하는 취지로 영국 오스웨스터리에 세워진 ‘칼 천사’ 동상의 모습. ‘역사적으로 폭력이 줄어왔다’는 인지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의 주장은 다양한 비판을 불렀다.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위키미디어 코먼스
스티븐 핑커의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대중과학서로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1904~1907년 독일제국 군대는 지금의 아프리카 나미비아 지역에서 헤레로인, 나마인들을 상대로 인종학살 작전을 펼쳤다. 당시 쇠사슬에 묶여 있던 포로들의 모습. 인종주의 등 계몽사상에 숨겨진 측면들은 극단적 폭력으로 불거졌으며, 그 영향이 현재까지 이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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