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책&생각] “빵을 달라” 아랍의 봄은 월가의 파생상품 때문?

등록 2023-03-24 05:00수정 2023-03-24 09:42

빈곤의 가격
원자재 시장은 어떻게 우리의 세계를 흔들었는가
루퍼트 러셀 지음, 윤종은 옮김 l 책세상 l 2만2000원

동서고금 역사에서 자명한 명제 중 하나는 ‘큰 정치혁명의 배경에는 경제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경제위기의 배경에 뭔가 있다면?

엉뚱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지만, 요즘 경제위기 배경에는 확실히 뭔가가 있다. 2000년대 이후 벌어진 가장 큰 정치혁명이랄 수 있는, 2010년 말부터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휩쓴 대규모 반정부 투쟁인 ‘아랍의 봄’을 보자. 독재정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당시 시위는, 프랑스혁명이 그랬듯이 “빵을 달라”는 구호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가뭄과 흉작으로 빵값이 뛰었던 프랑스혁명 때와 달리 당시 세계 식량생산량은 유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3년 만에 세계 식량가격이 83%나 급등해 유엔이 ‘세계 식량위기의 해’로 지정한 2008년 상황도 비슷했다. 공급이 넘치는데 왜 “빵을 달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을까.

답은 뉴욕 월가에 있었다. 헤지펀드 자금이 안전자산을 찾아 2000년대 초중반 대거 원자재를 다루는 파생금융상품 쪽으로 쏠렸다. ‘세계의 공장’이라던 중국이 원자재를 빨아들이며 쓴 돈보다도 많은 돈이 ‘원자재 인덱스펀드’에 쏠렸다.(2006년 3월 중순 기준 2600억달러) 실물은 멀쩡한데, 선물시장의 자기실현적 가격 인상이 수억명을 혼돈으로 밀어 넣은 셈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꼬리(선물)가 몸통(실물)을 흔드는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란, 거대 자본들의 숫자놀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 것은 아닐지. 사회학 박사,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 쓴 첫 책.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취했나 봄’ 패러디 쏟아지고…문화·체육계도 ‘계엄 후폭풍’ 1.

‘취했나 봄’ 패러디 쏟아지고…문화·체육계도 ‘계엄 후폭풍’

12·3 계엄 ‘서울의 밤’…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리네 2.

12·3 계엄 ‘서울의 밤’…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리네

연예계도 계엄 여파 ‘혼란’…두아 리파 내한공연 두고 문의 빗발 3.

연예계도 계엄 여파 ‘혼란’…두아 리파 내한공연 두고 문의 빗발

콩으로 쑨 된장·간장, 한국 23번째 인류무형유산 됐다 4.

콩으로 쑨 된장·간장, 한국 23번째 인류무형유산 됐다

출판인회의 “출판의 자유 압살 윤석열을 규탄한다” 5.

출판인회의 “출판의 자유 압살 윤석열을 규탄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