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절망으로부터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던 위안의 기록들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지음, 김한영 옮김 l 까치 l 2만원
신의 약속까지도 상실과 고통으로 되돌아오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희망을 찾으려 발버둥친다. 함께(con)라는 접두어가 붙은 데에서 알 수 있듯, ‘위로’(consolation)는 삶의 비극에 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궁극적인 연대 행위다.
캐나다 출신 학자·작가·정치인 마이클 이그나티에프는 <그러나 절망으로부터>에서 유대교의 ‘욥기’와 ‘시편’에서 출발해 키케로, 보에티우스, 마르크스, 프리모 레비, 바츨라프 하벨 등 유럽의 정신사적 전통 속에서 오늘날까지 면면히 흘러 내려온 17가지 위로 이야기를 탐구한다. 지은이는 ‘시편’ 전체를 합창으로 만든 공연 행사에 참여했다가 이 주제에 빠져들었다. 신에게 “언제까지 나를 외면하시렵니까” 절규하는 ‘시편’은 “우리의 의심, 세계의 불가해함과 정의의 부재와 잔혹한 운명 탓에 미칠 것만 같은 느낌, 인간 경험의 정당성과 의미에 대한 갈망을 언어로 표현”하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건넨다.
로마 공화주의 가치를 옹호하는 데에서 위로를 찾은 키케로, ‘살아 있다’는 온전한 의식을 주는 신체에 집중한 몽테뉴, 음악이 줄 수 있는 위로의 한계까지 담아내려던 말러, 종교가 전하는 위로 대신 바로 이곳에서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위로 자체가 필요 없을 세계를 꿈꾼 마르크스 등 역사 속 다채로운 인물들을 통해 위로의 여러 측면을 논의한다. “위로를 얻는다는 것은 그저 지금 이곳에서의 삶을 그대로 사랑하고 이어나가는 것”이란 메시지는 그저 ‘지당하신’ 이야기 같지만, 지금 우리가 상실과 고통 앞에서 서로를 얼마나 잘 위로하고 있는지 돌이켜 보게 만든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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