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책&생각] 오늘날 한국영화 만든 90년대의 ‘도전과 응전’

등록 2023-02-24 05:00수정 2023-02-24 09:25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쉬리>(1999)의 포스터.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쉬리>(1999)의 포스터.

1990년대 한국영화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영화의 모든 것
김형석 외 7명 지음, 한국영상자료원 엮음 l 앨피 l 2만1000원

70~80년대 ‘암흑기’를 지나며 ‘방화’(邦畵)라 불릴 정도로 한국영화의 미래는 암울했다. 그랬던 한국영화가 오늘날 전세계를 무대로 뛰어난 성취를 자랑하게 된 궤적을 좇으면, 그 출발점에 90년대가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한 <1990년대 한국영화>는 김형석(총론), 김경욱(영화장르), 장병원(영화미학), 이도훈(독립영화), 김혜선(배우), 정종화(영화문화), 김익상(영화기술), 허남웅(영화인 인터뷰) 등이 필자로 참여해 90년대 한국영화를 종합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90년대 한국영화의 성취를 통계로 확인하긴 어렵다. <쉬리>(1999)가 ‘메가 히트’를 기록했던 1999년(39.7%)을 제외하면 1990~1999년 한국영화 점유율은 20%대에 머물렀고, 총 관객 수 역시 10년 내내 4천만~5천만명대를 유지했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이 10년 동안 ‘도전과 응전’ 속에서 ‘르네상스’의 밑돌을 놓았다. “감독이 이런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하면 영화사 사장이 그래 한번 해봐, 그걸로 기획 끝”이었던 90년대 초반, “어떤 소재를 왜 선택하여 어떤 방식으로 누가 만들 것인지 명확하게 규정”하는 ‘프로듀서 중심의 영화 제작’이 처음 등장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에서 출발한 이 ‘기획영화’ 흐름은 <결혼이야기>(1992) 등을 거치며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결혼이야기>는 대기업(삼성전자)이 제작비의 절반을 제작 전에 투자하는 방식을 처음 도입했고, <은행나무 침대>(1996)는 금융자본과 한국영화가 만나는 시초가 됐다.

첫 ‘기획영화’로 만들어진 &lt;결혼이야기&gt;(1992)의 포스터.
첫 ‘기획영화’로 만들어진 <결혼이야기>(1992)의 포스터.

이는 할리우드 영화의 ‘직접배급’(직배) 도입, 스크린쿼터 폐지 요구 등 세계화·신자유주의를 앞세워 변화와 개방을 요구하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맞서, 한국영화계가 스스로 빠르게 내부 혁신을 이뤄나간 결과물이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영화 작가들과 스타 시스템이 등장했고, 장르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1995년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예술영화 <희생>(1986)이 개봉해 2만4천명의 관객을 끌었다. 1996년엔 75년 동안 이어온 검열(‘사전심의’)이 종식됐다. ‘문화학교 서울’ 같은 시네마테크 문화가 널리 퍼졌다. <구미호>(1994)를 위해 준비한 디지털 특수시각효과(VFX) 장비와 인력이 <은행나무 침대>에서 제대로 쓰이며 영화기술 능력을 한단계 높였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영화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은 90년대의 발명품인 셈이며, 20세기 말의 이러한 대혁신이 있었기에 한국영화는 21세기에 봉준호 감독이 말한 ‘1인치의 장벽’을 넘을 수 있었다.”(김형석)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