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8일 출간 예정인 <오늘의 어린이책2> 표지.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던 ‘나다움’ 어린이책 선별 프로젝트가 재개되어 다음달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어린이·청소년의 성주체성, 인권 의식 등을 도모할 책들을 엄선해 확산시키는 민관 기획으로 시작되었으나 정부가 발을 뺀 지 3년째, 민간서 자체로 이어가려고 노력한 결과다.
교사, 작가, 출판인 등 어린이책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움북클럽’은 23일 <한겨레>에 “다음달 8일 그림책, 동화, 그래픽노블, 청소년 소설, 지식책 등 성인지 감수성이 뛰어난 어린이·청소년 신간 도서 92종을 소개한다”며 “다시 힘을 내어 이들을 목록과 함께 소개하는 <오늘의 어린이책2>를 어린이책 독자 앞에 내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2021~22년 신간을 대상으로 세부적으론 <오늘의 어린이책> 1권(2021)처럼 주체성, 몸의 이해, 일의 세계, 표현, 가족 등 10개 소주제별로 9명의 위원들이 전체 300권가량 1차 선별한 뒤 자기긍정·다양성·공존의 가치, 반편견·반차별의 주제성이 도드라진 정도로 92권을 엄선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체 주제는 ‘안전’이다.
2019~20년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최소 3개년도 지속할 요량으로 시작한 ‘나다움어린이책’ 사업은 2020년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일부 선정된 서적을 두고 ‘조기성애화’가 우려된다고 트집 잡으면서 도서관에 보급된 책들의 전량 회수와 함께 사업도 와해됐다. 이후 민간 전문가들이 도서 보급이 어려우면 ‘목록’이라도 만들자며 머리를 맞댄 결과가 2021년 9월 출간된 이른바 ‘빨간책’ <오늘의 어린이책> 첫 호다. 2020년 신간에 기존 민관 목록에서 검열 제외된 책 등 262종을 선별, 리뷰해 큰 호응을 받았으나 재정과 물리력 등의 한계로 이후 사실상 중단될 처지에 내몰렸다가 겨우 논의를 재개한 게 지난해 후반이다.
다움북클럽이 제작비에 보태고자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진행한 북펀딩은 2주 만에 목표 금액을 초과한 450만원가량으로 지난 20일 종료됐다. “<오늘의 어린이책> 1권의 도움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 2권 펀딩이 너무나 반갑다” “힘들고 어려운 작업을 지속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등의 응원이 함께 달렸다.
나다움어린이책을 처음 기획했던 남윤정 씽투창작소 대표는 “책 읽는 어린이가 책 읽는 어른이 되려면 청소년기의 독서가 중요한데 한국 사회는 입시에 밀려 청소년 독서가 명저 다이제스트 논술 준비 외에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토양이다. 좋은 청소년 도서를 소개하는 일은 독서 문화는 물론이고 어린이의 성장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책머리에 썼다.
정부사업 중단이 뉴스로서 주목받으며 진행됐던 2021년 1권 준비 과정에 비하면, 대중의 관심은 크게 준 모양새다. 다움북클럽 쪽은 “어렵지만 꼭 필요한 작업을 묵묵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이책은 쏟아지지만 독자가 양질의 서적을 구분하기 쉽지 않고 인기 도서에 편중되는 가운데, ‘레퍼런스’도 드물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번 선정된 책과 취지 등을 2월25일치 토요판 북섹션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