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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재난 이후, 폐허 위에서 꿈꾸는 세상

등록 2023-02-17 05:00수정 2023-02-17 10:10

재난과 감수성의 변화
새로운 미 탐색
아시아 미 탐험대 지음 l 서해문집 l 2만5000원

재난은 갑자기 찾아온다. 그러나 재난 발생 뒤에야 우리는 깨닫는다. 위험은 예고돼 있었다는 걸. ‘천재가 아니라 인재다’라는 말은 대부분 재난의 본질을 꿰뚫는다.

<재난과 감수성의 변화>는 재난을 “현재의 삶과 체제의 근본적 문제를 되돌아보는 계기, 그리고 새로운 행동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정의하며 재난이 품고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짚는 책이다. ‘아시아 미 탐험대’라는 프로젝트 아래 모인 8명의 저자는 아시아의 과거와 현재에 벌어진 재난 이전과 이후를 조망하는 8편의 글을 책에 실었다. 폐허, 임진왜란, 지진 건축, 기후위기 등 이들이 눈여겨본 재난은 역사와 공간을 가로지른다.

반 시게루가 인도 이재민들을 위해 설계한 종이집. 프리츠커위원회 누리집(www.pritzkerprize.com) 갈무리
반 시게루가 인도 이재민들을 위해 설계한 종이집. 프리츠커위원회 누리집(www.pritzkerprize.com) 갈무리

‘새로운 행동을 일으키는 계기’의 대표적 사례는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의 ‘재난 건축’이다. 1995년 1월 발생한 진도 7.2의 ‘고베 대지진’을 보며 반 시게루는 건축가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현장으로 달려간 그는 저렴하고, 쉽게 조립할 수 있고, 여름과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그리고 미적으로도 뛰어난 난민 가설 주택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플라스틱 맥주 상자 위에 지름 108㎜·두께 4㎜의 ‘종이관(종이 튜브)’을 촘촘히 세워 만든 ‘종이의 집’은 재난 건축의 ‘뉴노멀’이 된다. 반 시게루는 이후 르완다, 중국, 인도 등에서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운 종이집과 종이 학교, 종이 성당을 짓는다.

재난은 되돌릴 수 없는 끔찍한 일이지만 책은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감수성이 태어난다고 말한다. 결국 재난을 이겨내고 세상을 바꾸는 건 인간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반 시게루가 2011년 2월 지진으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이 무너지자, 종이로 만든 임시 대성당. 프리츠커위원회 누리집(www.pritzkerprize.com) 갈무리
반 시게루가 2011년 2월 지진으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이 무너지자, 종이로 만든 임시 대성당. 프리츠커위원회 누리집(www.pritzkerprize.com) 갈무리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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