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제임스 볼드윈·라울 펙 지음, 김희숙 옮김 l 모던아카이브 l 1만4900원
1979년 6월 미국 작가 제임스 볼드윈(1924~1987)은 암살당한 세 친구의 삶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미국 이야기를 쓰려 했다. 메드가 에버스,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맬콤 엑스. 30쪽밖에 쓰지 못한 이 원고의 제목은 ‘이 가문을 기억하라’였다. 아이티 출신 영화감독 라울 펙은 이 미완성 원고를 가지고 뿌리 깊은 인종 문제와 60년대 민권운동의 의미를 묻는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2016)를 만들었다. 이 책은 영화의 오리지널 각본과 제작 뒷이야기, 40여장의 사진 등을 담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2016) 포스터
과격한 노선의 맬컴과 ‘비폭력’을 주장한 마틴은 극과 극인 듯했지만, “세상을 떠날 무렵 사실상 같은 처지가 되었다.” 마틴은 1965년 암살된 “맬컴의 몫까지 짊어졌고, 맬컴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예견했던 비전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마틴은 3년 뒤(1968년) 암살됐다. 둘보다 더 젊었던 메드가는 가장 온건한 노선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의회(NAACP) 활동가였는데, 셋 중 가장 먼저(1963년) 암살됐다. ‘못된’ 방식이건 ‘착한’ 방식이건, 백인의 지배에 굴복하지 않은 자에게 닥친 공통의 운명이었다.
셋의 친구였던 볼드윈은 ‘증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미국 ‘니그로’의 역사는 미국의 역사이고, 아름다울 수 없는 역사다.” ‘니그로’를 만들어내고 그것에 저항하는 이들을 죽인 것은 백인들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미래는 백인들이 왜 ‘니그로’를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고, 볼드윈은 말했다. 다큐멘터리 작업은 이 말이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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