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김성경 지음 l 창비 l 1만8000원 정전협정 70주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정확히 북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웅변하듯 내지르는 목소리, 열 맞춰 걷는 걸음걸이, 빈곤에 찌든 모습은 개인이 아닌 국가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북한 사람, 그 중 “가장 낮은 서열”인 여성의 모습은 어떨까.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식민, 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경계를 넘은 북한 여성의 삶을 다룬다. 책에 등장하는 북한 여성의 모습은 다면적이다. 경제난을 겪으며 국경을 넘어 주체로서의 삶을 살기도 하고, 가부장제를 온몸으로 마주하기도 한다. 북한 사람 15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저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인의 삶을 나열하지 않고, 산문·소설·편지의 형식을 빌려 북한 여성의 삶의 궤적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1부 ‘북조선의 살아남은 여자들’ 편에선 북한에서 ‘인민의 전형’으로 내세운 여성들이 실제 북한에서 살아갔다면 겪었을 상황을 서사화했다. 전후 시기에 갑작스레 노동 현장에 내몰린 ‘길건실’과 남편의 직업을 이용해 도매업을 하다 화폐개혁 뒤 재산을 잃고 탈북한 ‘혜원’ 등 북한 여성들의 얼굴이 생생하다. 2부 ‘경계에서 만난 여자들’에선 접경지대인 연길에서 만난 여성이 만든 세계를 그렸다. 대부분 ‘어머니’의 얼굴을 했다. 3부는 북한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분단이 자신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알게 된 저자의 고백을 담았다. “북에 대한 무관심은 남한 사회의 역사적 중층성에 대한 무지로 이어진다.” 젠더 갈등 때마다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국사회도 분단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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