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웅 교수 편역 ‘소피스트 선집’
소피스트 16명 생애와 사상 복원
철학 비조 소크라테스 포함 눈길
프로타고라스 ‘민주주의 신봉자’
소피스트 16명 생애와 사상 복원
철학 비조 소크라테스 포함 눈길
프로타고라스 ‘민주주의 신봉자’
강철웅 엮어 옮김 l 아카넷 l 1권 3만8000원, 2권 3만2000원 기원전 5세기 아테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소피스트의 존재다. 소피스트는 말의 힘으로 작동하는 고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변론의 기술, 연설의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서양의 주류 철학은 오랜 세월 소피스트를 말기술로 대중을 오도하는 지식 장사꾼으로 폄하했다. 소피스트는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자들의 적이었다. 고대 그리스 철학 전문가 강철웅 강릉원주대 교수가 엮어 옮긴 <소피스트 단편 선집>은 서양 주류 전통이 배제해온 소피스트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복원하는 저작이자 소피스트에 관한 오랜 통념을 바꾸는 책이다. 프로타고라스부터 크세니아데스까지 16명의 소피스트를 면밀히 추적해 고대 문헌에 나타난 이 사람들의 활동 양상과 저술 내용을 온전히 되살려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선집이 소크라테스에게 한 챕터를 배정했다는 사실이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에게서 시작되는 서양 주류 철학의 비조에 해당하는 사람인데, 이 철학의 태두를 소피스트 그룹에 포함시켰다는 데서 이 선집의 과감한 역발상이 두드러진다.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로 분류될 근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소크라테스 시대에 벌써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이 거리의 철학자를 ‘소피스트’라고 호명하는 풍자극 <구름>을 쓴 바 있다.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로 묶일 수 있는 더 중요한 근거는 소피스트들이 말로써 설득하는 사람들이었다는 데 있다. 말 곧 ‘로고스’(logos)야말로 소피스트들을 관통하는 열쇳말이다. 글이 아니라 말로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사람이 소피스트다. 그렇게 보면 평생 한 줄도 쓰지 않고 오직 말만으로 살았던 소크라테스야말로 소피스트의 전형이다. 반면에 이 선집은 소피스트로 분류되던 이소크라테스를 제외했다. 이소크라테스는 말이 아니라 글로 승부한 사람이었다. 소피스트를 소피스트로 만들어주는 것은 로고스다. 이때의 로고스는 ‘토론’이고 ‘논변’이며, 논변을 뒷받침하는 ‘근거’이고 근거를 찾는 ‘이성’이다. 근거를 찾아 들어가 논리적으로 따져 묻는 이성적 사유 능력이 로고스다. 이 선집은 소피스트들이 논쟁에서 승리하는 데 지나치게 몰두함으로써 논변이 궤변에 가까운 지경에까지 이르렀음도 분명히 지적한다. 이를테면, “강자의 이익이 정의다”라고 주장함으로써 플라톤의 <국가>에서 소크라테스에게 난타당하는 트라시마코스가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전체로 보면 소피스트들은 논쟁에서 이기는 기술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말의 힘을 숙고하고 성찰하는 면모도 보여주었다. 이 선집은 이런 사실에 주목해 소피스트들을 일종의 철학자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견해를 내보인다. 그런 철학자다운 면모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람이 최초의 소피스트로 꼽히는 프로타고라스(기원전 490~420)다. 프로타고라스는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쓴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에 소피스트로서 유일하게 들어간 사람이기도 하다.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에는 아테네에서 활동하던 시기의 프로타고라스가 얼마나 인기를 누리며 추종자를 거느렸는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앞쪽 주랑을 거닐고 있는 프로타고라스를 보게 됐지요. 그분 바로 뒤로 두 무리가 따르며 함께 거닐고 있었는데 (…) 프로타고라스가 가는 길에 한순간이라도 방해가 될까 봐 조심들을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최초의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 프로타고라스는 민주주의 신봉자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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