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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권우의요즘읽은책] 렘브란트 그림 유독 큰 것은 돈많은 호사가 허세 때문이라니

등록 2006-03-09 19:45수정 2006-03-10 17:37

이권우/도서평론가
이권우/도서평론가
이권우의 요즘 읽은 책/그림 속 세상으로 뛰어든 화가 렘브란트

오래전부터 바로크미술에 관한 책을 읽어보려 했다. 이주헌이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2>에서 “카라바조와 렘브란트의 빛이 현대 영화의 거장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도 바로크 회화와 영화가 얼마나 유사한 특질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했고, 진중권은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에서 “중세인가, 포스트모던인가”라는 에코의 물음을 “마니에리스모인가, 포스트 모던인가?”로 바꾼 바 있기에 그러했다.

하나, 타고난 게으름 탓에 마음먹었던 책읽기를 차일피일 미루다 <그림 속 세상으로 뛰어든 화가 렘브란트>를 보고나서야 비로소 바로크미술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 렘브란트야말로 이른바‘프로테스탄트적·시민적 바로크’의 한 정점이지 않던가. 물론, 이 책은 렘브란트의 미술사적 가치를 논하고 있지는 않다. 지은이가 <벨사살 왕의 연회>라는 작품 한편을 놓고 수다스럽게 해설하면서 렘브란트의 삶과 그림세계, 그리고 사회·문화적 배경을 다루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은이는 먼저 성경 <다니엘>에 기록된 벨사살 왕의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한다. 그리고는 장을 달리해 4대째 방앗간을 운영해온 집안에 재능있는 화가가 태어난 사실에 당황했던 아버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다행히 아버지는 렘브란트가 가는 길을 적극 지원했다. 이같은 일화를 바탕으로 한명의 천재화가가 탄생하는 과정을 복원하고 있다. 호사가들의 흥미를 끄는 대목도 여럿 있다. 렘브란트의 그림이 유독 크고 무거웠던 데는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다. 벼락부자의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꼴이었으니,“기름값이 적게 드는 소형차보다 커다란 리무진을 몰고 다니면서 우리 집에는 이렇게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도 어지간하다고 자랑하”듯 유명한 화가의 큰 그림을 선호했다고 한다. 렘브란트의 미술세계가 제국으로 성장하는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유명한 <야경>은 본디 제목이 아닌데다 어두운 밤길을 도는 민병순찰대를 그린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니스칠을 해놓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시커멓게 죽어 그림을 침침하게 만들어버렸다. 육십년전쯤에 니스칠을 벗겨내 색감이 되살아났는데도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껏 이 그림을 ‘야경’이라 부르고 있단다. 렘브란트의 바로크적 특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열쇳말도 찾을 수 있다. 렘브란트 시대의 화가들이 연극에 열광했다는 점이다. 바로크 미술이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노렸다는 점이 뜻하는 바를 짧지만, 만족스럽게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지은이는 <벨사살 왕의 연회>를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했는가로 책을 마무리짓고 있다. 튤립열풍으로 상징되는 탐욕의 끝간 데가 어디인가, 그러니까 “지칠 줄 모르는 욕심과,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말해주고 있다고 여겼다. 어찌 이것이 17세기 네덜란드에만 해당하는 말이겠는가. 양극화 현상에 애써 눈감고 귀 가리는, 이기와 탐욕에 가득한 마음의 벽에 오늘 보이지 않는 손이 글자를 새기고 있다. “므네 므네 드켈 브라신”이라고. 번안하자면, “이 참혹한 시대가 끝장나리라” 정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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