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경주 뒤 그 토끼는 어떻게 됐을까?…그림책의 빛나는 토끼들

등록 2023-01-22 18:25수정 2023-01-22 18:50

계묘년, 다시 만나는 토끼 주인공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미피’
아이와 어른들 위한 세상사 보여줘
&lt;슈퍼 토끼&gt;에 삽입된 그림과 글. 책읽는곰 제공
<슈퍼 토끼>에 삽입된 그림과 글. 책읽는곰 제공

그림책 역사에서 중요한 3대 토끼를 꼽는다면?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일컫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 상상의 세계로 간다. 이후 토끼는 수많은 그림책에서 상상의 문을 여는 동물로 그려진다. 2022년에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가 이 책에 영감을 받아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비룡소, 2015)에도 여지없이 신비로운 흰토끼가 등장한다.
&lt;이상한 나라의 앨리스&gt;(이수지)에 삽입된 그림. 비룡소 제공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수지)에 삽입된 그림. 비룡소 제공

비어트릭스 포터가 출간한 <피터 래빗 이야기>에 나오는 ‘피터 래빗’은 여러 그림책 시리즈와 캐릭터를 통해 지금도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토끼가 되었다. 세번째 토끼로, 딕 부르나의 그림책 주인공인 ‘미피’는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와 비교되는 토끼 캐릭터가 되었다. 미피는 굵고 선명한 선으로 최대한 단순하게 그려져 독자들에게 풍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영유아를 그대로 연상시키는 모습과 행동 또한 매력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안녕, 미피>(이상희 옮김, 비룡소, 2018) 등 30여종 가까운 책이 출간되어 있다.
&lt;안녕, 미피&gt;에 삽입된 그림. 비룡소 제공
<안녕, 미피>에 삽입된 그림. 비룡소 제공

이렇게 토끼는 그림책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 중의 하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선호도가 가장 높은 동물이 토끼라고 한다. 모두가 아는 토끼 이야기라고 하면, 이솝 우화 속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의 경주일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제리 핑크니 지음, 김예환 옮김, 별천지, 2015)는 글이 거의 없이 그림으로 묘사되어 있는 그림책으로 생생하고 정교한 작가의 그림에 압도당한다.

“경주 뒤에 토끼는 어떻게 되었어요?”라고 어린이들의 질문을 받고 만들게 되었다는, <슈퍼 토끼>(유설화 지음, 책읽는곰, 2020)는 실패를 겪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유설화 작가는 어린이라는 독자를 만나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이 책 역시 경쾌한 유머와 함께 쉽게 풀어서 아이들도 몹시 즐기지만, 내용을 보면 작가가 자신이나 어른에게 더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이라고 할 만하다. 또 다른 후속 이야기인, <토선생 거선생>(박정섭 글, 이육남 그림, 사계절, 2019)은 토끼와 거북이 경계를 이탈하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옛이야기의 세계가 또 다른 판타지 세계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해주는 책이다.

&lt;슈퍼 토끼&gt;에 삽입된 그림과 글. 책읽는곰 제공
<슈퍼 토끼>에 삽입된 그림과 글. 책읽는곰 제공

토끼에 관한 전통적인 우리 이야기는 ‘수궁가’ ‘별주부전’ 등으로 불리는 토끼의 간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삼국사기>에도 ‘구토지설’이라는 글로 실려 있는데 잘못된 정치를 하는 지배 계층을 비판하는 이야기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구전본에 따라, 왕은 더 폭군이 될 수도 있고, 백성을 대표하는 토끼와 하급관리를 상징하는 자라의 성격이 다르게 드러난다. <토끼전>(김진경 글, 강우근 그림, 장영(황제펭귄), 2012)은 제목처럼 토끼를 더 중심에 두고 그려진 그림책이다. <토끼와 자라>(성석제 글, 윤미숙 그림, 비룡소, 2010) 등의 그림책과 비교해보면서 읽는 것도 흥미롭다. 더불어 <토끼의 소원>(이호백·윤열수 기획·글, 재미마주, 2003)은 옛사람들이 삶의 바람을 동물들에게 어떻게 투영했는지 민화 속의 토끼를 비롯한 여러 동물들의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lt;슈퍼 토끼&gt;. 책읽는곰 제공
<슈퍼 토끼>. 책읽는곰 제공

그림책에서 동물은 그 생김새나 행동거지 등에 의해 상징하는 내용이 결정된다. 토끼는 그림책에서 활동적이며, 꾀와 호기심이 많고, 때론 겁이 많은 캐릭터로 종종 그려진다. ‘오싹오싹 시리즈’(에런 레이놀즈 글, 피터 브라운 그림, 홍연미 옮김)에서는 살면서 내 앞에 닥친 두려움을 다룬다. 겁에 질린 토끼의 강렬한 표정이 인상적으로 그려진 이 그림책은 ‘나는 그렇지 않은데’라는 문학작품이 주는 안도감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은 심오하다.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콜더컷(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인 <오싹오싹 당근>(주니어RHK, 2013)에서는 두려움이란 무지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오싹오싹 팬티!>(토토북, 2018)는 관점을 바꾸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오싹오싹 크레용!>(토토북, 2022)은 자신을 속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다루면서,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천연덕스럽게 풀어낸다.

&lt;이상한 나라의 앨리스&gt;(이수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수지).

&lt;안녕, 달토끼야&gt;.
<안녕, 달토끼야>.

한편, 달에 사는 토끼는, 수많은 그림책에서 또 다른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왔다. <안녕, 달토끼야>(문승연 지음, 길벗어린이, 2011)는 토끼가 자주 등장하는 영유아 그림책의 전형을 지닌 책이다. 토끼가 달에서 떡방아를 찧어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소박하면서도 충만한 기쁨을 선물한다.

하지만 그림책 속 토끼는 지구 생태계의 위기나 실존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까? <청소부 토끼>(한호진 지음, 반달(킨더랜드), 2015)는 달을 청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지구의 오염 문제에 부딪히는 토끼들이 나오고 <달 샤베트>(백희나 지음, 책읽는곰, 2014)에는 결국 달이 녹아내려서 지구로 쫓겨온 토끼들이 나온다. <토끼들의 섬>(요르크 슈타이너 글, 요르크 뮐러 그림, 김라합 옮김, 비룡소, 2002)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토끼 사육 공장이 배경이다. 주어진 대로 살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희생될 운명인 두 토끼는 공장을 탈출하지만 결국 서로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언제든 생명을 빼앗길 위협이 존재하지만, 자유로운 야생의 세계를 택한 갈색 토끼와 안락함과 익숙함을 원한 회색 토끼.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작가는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다. 다만 둘의 안녕과 행운을 빌 뿐.

&lt;오싹오싹 크레용!&gt;의 겉표지.
<오싹오싹 크레용!>의 겉표지.

&lt;토선생 거선생&gt;의 표지.
<토선생 거선생>의 표지.

덧붙여 소개하자면, <토끼가 궁금해>(사피아 아모르 글, 실뱅 부리에르·크리스토프 메를랭 그림,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2003)는 토끼에 대한 정보 책으로 토끼의 생태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쉽게 소개되어 있다. <당근 유치원>(안녕달 지음, 창비, 2020)은 처음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에게 두려움과 걱정보다는 뭔가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주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조은숙 그림책연구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해뜰날’ 가수 송대관 별세 1.

‘해뜰날’ 가수 송대관 별세

“현철 선생님 떠나고 송대관 선배까지…” 트로트의 한 별이 지다 2.

“현철 선생님 떠나고 송대관 선배까지…” 트로트의 한 별이 지다

뉴진스 새 팀명은 ‘NJZ’…3월 ‘컴플렉스콘 홍콩’에서 신곡 발표 3.

뉴진스 새 팀명은 ‘NJZ’…3월 ‘컴플렉스콘 홍콩’에서 신곡 발표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4.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배성재·김다영 아나운서 부부 탄생 5.

배성재·김다영 아나운서 부부 탄생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