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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일요일 쇼핑을 금지한다면…우리는 견뎌낼 수 있을까 [책&생각]

등록 2022-12-16 05:01수정 2022-12-16 15:12

‘세계가 쇼핑을 멈춘다면?’ 묻는 사고 실험
경제성장과 탄소 배출이 얽혀 있는 딜레마
소비주의 거부하는 흐름에서 가능성 찾아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제임스 버나드 매키넌 지음, 김하현 옮김 |문학동네|1만8500원

1960년대에는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주에 일종의 ‘일요일 휴업’ 규칙이 존재했다. 서구의 오랜 안식일 전통에서 이어져온 일요일 휴업은 사람들에게 하루하루 일상과는 아예 다른 종류의 하루, 곧 “모든 가족 및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길 수 있는 날, 격렬한 매일의 경제활동에서 분리된 비교적 고요한 날, 주중에는 만날 수 없는 친구와 가족을 방문할 수 있는 날”을 제공했다.

만약 내일 이 법이 시행된다면, 지구에서 쇼핑 시간이 15퍼센트나 줄어 역사상 단 한번도 줄어든 적 없는 인간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극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연 이를 견뎌낼 수 있을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신문방송학과 부교수 제임스 버나드 매키넌의 책 <디컨슈머>의 원제는 “세상이 쇼핑을 멈춘 날”(The Day The World Stops Shopping)이다. 전세계 소비지출이 25퍼센트 하락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따져보는 ‘사고 실험’을 한 것이다.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전세계 소비를 25퍼센트 줄이는 것은 ‘탄소 배출을 0으로 줄인다’(2050년까지)는 목표를 고작 4분의 1 달성하는 데 그칠 뿐이다. 사실 불과 10년 전 지출 수준으로만 되돌아가도 될 일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우리에게 이는 ‘사고 실험’까지 거쳐야 겨우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이 됐다.

오늘날 경제는 소비, 곧 우리가 시장에서 재화를 소모하는 행위로 지탱된다. 그런데 현대 문명은 인간의 탄소 배출을 동력으로 삼는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소비를 줄여야 하는데, 소비를 줄이면 경제가 무너지고 마는 ‘소비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원인이다. 인간 문명은 소비하지 않는 것을 더 큰 위기로 여긴다. 게다가 경제가 무너지는 영향은 불평등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오늘날 의류 무역의 총가치는 1조3000억달러로 추산되는데, 면직업에서만 2억5000만명이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글로벌 의류 회사 리바이스는 매해 생산되는 면의 1퍼센트 미만만을 사용하는데, 리바이스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전세계 125만명의 소득이 날아간다. 소득을 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디에서 살고 있을지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식료품 가게의 판매대가 텅 비어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식료품 가게의 판매대가 텅 비어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두려움 때문에 인류는 소비를 줄이는 대신 기술로써 탄소 배출을 억제하겠다는 ‘녹색화’에 주로 몰두해왔다. 그러나 “소비문화를 녹색화함으로써 물질 소비가 극적으로 줄어든 지역은 전세계에 단 한 곳도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 이산화탄소 오염은 1980년대 중반, 1990년대 초반, 2009년, 2020년, 이렇게 딱 네번 줄어들었는데, 네 경우 모두 심각하고 광범위한 경기침체 상황이었다.

탄소 배출량이 가장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때였는데, 그해 전세계 배출량이 7퍼센트 줄었다. “탄소 배출량은 세상이 소비를 멈출 때 줄어든다”는 것은 이제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명제다.

지은이는 수렵·채집 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작은 마을로부터 ‘단 한개의 지구’만을 소비하는 생활수준을 구가하고 있는 에콰도르, 파타고니아와 리바이스 등 기업체의 ‘녹색화’ 사례, 방글라데시의 의류 업체, 성장보다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삼는 일본 기업의 ‘딥타임 사업관’ 등을 두루 살펴본다.
의류 기업 파타고니아가 내놨던 “이 옷을 사지 마세요” 광고. 파타고니아 누리집 갈무리
의류 기업 파타고니아가 내놨던 “이 옷을 사지 마세요” 광고. 파타고니아 누리집 갈무리

여태껏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소비주의’ 문화를 낯설게 만드는 게 주된 접근 방향이다. 다 입지도 못할 옷들로 옷장을 가득 채우고, 같은 기능의 물건을 끊임없이 갈아치우며, 주변 사람들과 같은 수준으로 살기 위해 지출하는 일들은 과연 인간이 밟아야 할 필연적인 길인가?

일요일 휴업법이 과거엔 당연했듯 오늘날의 소비주의 역시 특별한 규범들 속에서 만들어졌다. ‘자기 존중’을 추구하기 위한 과시적 소비, 불평등이 불붙인 지위 경쟁,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셔브가 연구한 ‘3시(C)’(편안함·청결함·편리함) 등을 꼽을 수 있는데, 풍요를 끊임없이 쓰레기로 만들어온 건 평범하고 당연하다고 여겨온 규범에서 비롯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범함의 내용이 가변적이라면, 소비를 환경에 부담이 덜한 개념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은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부교수인 제임스 버나드 매키넌. 누리집 갈무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부교수인 제임스 버나드 매키넌. 누리집 갈무리

지은이가 탐사한 곳들은 소비주의를 거부하는 ‘디컨슈머’(반소비자) 경제의 실마리들을 제공한다. 예컨대 물건을 버리게 만드는 ‘계획적 진부화’가 소비주의 세계를 만들었다면, 디컨슈머 경제는 “질 좋고 오래가는 물건 위에” 세워진다. 상품의 가격은 높아지고, 이에 따라 판매량 하락의 일부는 늘어난 임금으로 보전된다. 불안감과 위협감을 먹고사는 소비주의·물질주의를 거부하며 ‘비영리적인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여기에 동참해 작은 시장을 만든다.

의류 업체 파타고니아가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는 것 등은, “더 적은 소비를 중심으로 구축한 사업 모델”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전환의 고통을 피할 길은 없다. 만약 질 좋은 옷이 높은 가격에 팔린다면,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업체들의 절반이 줄어들고 일자리도 그만큼 날아갈 것이다. 다만 업체 사장은 탐욕과 속도가 아닌, 품질과 능률을 두고 벌이는 “진정한 경쟁”에 기대를 내비친다. 이미 재앙과도 같은 지금보단 나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지은이는 이 이야기를 ‘우리 모두가 이렇게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는 식으로 끝맺지 않는다. “당신이나 내가 쇼핑을 멈춘다고 이 세상이 저소비사회에 더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지은이가 볼 때 핵심은 되레 디컨슈머만이 참여하는 ‘소수의 윤리’를 뛰어넘어, “공동체 전체의 노력”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디컨슈머 경제는 단지 여기에 아이디어를 제공할 따름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소비를 멈춘 세상은 우리가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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