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윤 소장이 통영의 자택에 모신 어머니 영전에 새 책을 올려 놓았다. 섬연구소 제공
섬문화 지킴이를 자처해온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이 절절한 사모곡을 담은 책을 펴냈다.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어른의 시간)는 ‘말기 암 어머니의 인생 레시피’라는 부제대로, 그가 지난 3년 동안 어머니를 손수 간병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누었던 어머니의 말씀을 모았다.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욕실에서 얼굴과 손발을 씻은 뒤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나왔다. 발을 닦기 위해 입구 바닥에 깔려 있던 발수건을 집어드는데 갑자기 어머니의 핀잔이 날아왔다. “더러운 수건으로 발 닦으면 어떡해.” “왜요? 어머니. 이것도 깨끗해요.” “그래도 안 돼. 더러워. 여러 날 됐잖아. 세균이 많아.” “얼굴은 깨끗한 수건으로 닦았어요. 발을 닦는 건데 괜찮아요.” “무슨 소리야. 얼굴하고 발하고 똑같지. 다 같은 한 몸인데. 깨끗한 수건으로 닦아야지.” 어머니 말씀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눈앞이 환해졌다. 아, 그렇지. 얼굴하고 발하고 똑같은 한 몸이었지. 발이나 얼굴이나 다 같이 소중한 한 몸이란 걸 잊고 살았구나. 어머니가 덧붙이셨다. “얼굴 닦은 수건으로 손도 닦고 발도 닦고 빨면 돼. 또 쓰지 말고.” 아, 그러면 되겠구나. 그날도 어머니로부터 큰 가르침을 받았다. 날마다 큰 깨우침을 주시던 어머니. 잔소리가 아닌 큰 말씀. 그 다정했던 말씀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라”, “고추장 담글 엿기름은 쌀락쌀락한 가을에 길러야 달단다”, “남에게 폐 끼치고 살지 마라. 나도 누가 나한테 폐끼치는 거 싫어” 등등등, 저자는 “돌이켜 보면 어머니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스승이었다. 평생을 모르고 살다가 간병을 하며 가까이서 모시면서 비로소 나는 내 어머니가 그토록 현명한 스승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그는 앞서 2012년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위한 에세이 <어머니전>을 펴낸 적이 있다. 2005년부터 6년동안 남서해안의 여러 섬들을 답사하며 만난 어머니들에게 배운 삶의 지혜를 전한 책이다.
“평생을 ‘나그네’처럼 집 밖으로 떠돌다 뒤늦게 돌아온 아들인데도, 어머니는 병들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처지를 한없이 미안해하셨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물론이고 우리 모든 부모님들은 결코 잉여 인간이나 피부양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어 이 책을 준비했어요.”
하지만 그 어머니(김말임)는 지난 10월8일 끝내 눈을 감으셨다. 섬 풍속대로 빈소를 차리지 않고 통영의 집에서 유골함을 모시고 있는 강 소장은 어머니의 영전에 책을 올리며 “함께 고해의 강을 건너가고 있는 세상의 모든 부모와 자식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라도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섬연구소는 29일 오후 5시 서울 디지털로 제일메디칼코퍼레이션 지하1층 채움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