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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서 윤리까지 식습관을 넘어선 비거니즘의 모든 것
에바 하이파 지로 지음, 장한라 옮김 l 호밀밭 l 2만2000원 비건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비건 음식을 먹어본 이들이 있을 것이다. 보기도 예쁘고 맛도 좋은, 모르고 먹으면 전혀 비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식감과 맛의 비건 음식들은 비거니즘이 알려지도록 하는 대열의 맨 앞에 서 있었다. <비거니즘>은 정직한 제목대로 비거니즘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여기서 식습관으로서의 비거니즘은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평생 익숙했던 밥상을 탈바꿈하는 일도 물론 간단하지 않지만, 비거니즘은 “음식을 넘어서는 맥락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동물이 맺는 억압적 관계를 뒤흔들고자 노력”하는 더 큰 개념이기 때문이다. 책은 비거니즘을 향한 보편적 시선의 허점을 들춘다. 비건들은 종종 ‘고작 고기 안 먹는 거로 잘난(착한) 척한다’는 식의 비난을 듣곤 한다. 저자는 사회에서 비거니즘이 재현되는 방식이 “비건이나 채식주의자들 스스로가 특정한 방식으로 먹는 것이 모종의 윤리적 순수성을 부여한다고 믿는다는 가정”에서 이뤄지지만, 정작 이러한 가정은 “식물 기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만난 데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동시에 비거니즘이 빠지기 쉬운 함정도 예리하게 서술한다. 비거니즘의 대중화가 “‘식습관 그 이상’으로서 기나긴 역사를 지닌 운동을 ‘그저’ 식습관으로 축소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경쟁적으로 비건 제품을 출시하는 현상은, 비거니즘의 대중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논의의 섬세한 확장을 막는 ‘식물 기반 자본주의’에 그치는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결국 이런 맥락에서 비거니즘은 “‘그 이상’과 ‘고작’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이기도 하다. “식물도 고통을 느끼면 어떡하냐”는 질문을 마주하는 비건과 그런 질문을 던지는 논비건, 비건에 가끔 도전하고 자주 실패하는 그 사이의 사람까지, 비거니즘은 온도 차가 큰 주제다. 다만 끈기 있는 이들에겐 “운동으로서의 비거니즘”과 “라이스프타일로서의 비거니즘” 양쪽 모두의 해상도를 높여주는 책이 될 것이다. 포괄적인 논의에도 두 가지 부족한 점은 있다. 우선 비거니즘의 최전선인 영국에서 쓰였다는 것. 영국비건협회는 무려 1944년에 창설됐다고 한다. 나머지 하나는 비거니즘을 총망라한 책일지언정 독자의 삶을 강제로 바꾸진 못한다는 것이다. 영국만큼은 아니겠지만 비거니즘 논의가 활발해진 한국에서, 두 가지 아쉬움을 모두 상쇄하기 위해선 결국 책장을 덮은 독자의 ‘사유하는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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