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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발아래 소멸하는 또 하나의 우주 생태계

등록 2022-11-04 05:01수정 2022-11-04 09:28

침묵의 지구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장 작은 종말들
데이브 굴슨 지음, 이한음 옮김 l 까치 l 2만2000원

우리는 멸종이라고 하면 도도새, 대왕고래 그리고 북극곰 같은 동물을 떠올린다. 그런데 지구 생태계의 복잡한 그물에서 이들을 떠받치는 동물이 있다. 우리가 방제 대상이라고 무시하는 곤충이다.

영국의 곤충학자 데이브 굴슨은 <침묵의 지구>에서 곤충의 진화사와 생태계 역할, 곤충의 멸종 및 붕괴와 그 원인을 파헤쳤다. 곤충과 동식물 그리고 인간을 잇는 관계망의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굴슨은 곤충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고 강조한다. 곤충 100만종이 발견됐지만, 미발견 상태로 이름 없는 곤충이 400만종 더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곤충은 사라지고 있다. 굴슨은 독일 전역의 자연보전구역에서 1989년부터 2016년까지 26년 동안 텐트형 포획 장치에 걸리는 곤충을 분석했는데, 무려 총 생물량이 82% 감소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 2500여곳에서 이뤄진 곤충 조사에서는 1976년에서 2017년까지 풀밭갈색뱀눈나비와 공작나비처럼 농경지와 텃밭에 흔한 종들이 46% 감소했다.

곤충이 없다면 세상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곤충이 없다면 세상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단일 작물을 대상으로 매년 밭 갈기를 하고 농약을 뿌리는 현대 관행농법은 곤충이 서식하는 토양 생태계의 다양성을 심대하게 훼손한다. 단기적으로는 작물 생산성을 높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양쪽에서 절벽이 불쑥 튀어나오는 위험한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해진다. 곤충은 꽃가루를 이동시켜 식물을 번성하게 하고, 인간에게 해로운 생물을 방제한다. 올봄 한국에서 벌어진 꿀벌 60억마리의 집단 실종 사태처럼, 곤충이 사라질 경우 인간의 식량 공급 체계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곤충이 없다면 세상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곤충은 기이하고 아름답고 때론 우리를 움찔하게 만든다. 글쓴이는 말한다. 독자들도 나처럼 곤충을 바라보기를 원한다고. 그러면 세상은 좀더 나아질 거라고.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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