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분의 1을 위하여
김지숙·박하령·조우리·지혜·최양선·최정화·최진영 지음 l 창비교육 l 1만3000원
경이 근무하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지역에서 꽤 유명하다. 경은 제빵사로 주방에서 반죽을 치대고 생지를 만들고 밀가루 포대를 옮긴다. 경이 근무하는 베이커리를 담당하는 과장은 처음부터 경을 깔봤다. “자기는 고졸인 데다 수상 경력도 없지만 그래도 이쪽에서 일한 경력도 있고 완전 초보는 아니고, 우리도 지금 갑자기 사람을 뽑아야 하는 처지니까 운이 좋은 거야.” 경은 특성화고를 나온 뒤 대학에 가지 않고 일을 시작했다. 엄마가 죽은 뒤 경은 가장이 됐다. 동생인 윤은 엄마의 장례식 뒤 1년 동안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지금은 나아진 윤과 함께 엄마에게 인사하러 가는 날. 자매는 버스 안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의 꿈은 돈을 모아서 작은 빵집을 차리는 것이다. 빵집 이름도 생각해놨다. 크루아상. 크루아상으로만 여러 종류인 빵집.
윤은 그 빵집을 같이 하고 싶다고 한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라는 경의 말에 윤은 대답한다. “언니, 뭘 좋아하느냐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가 않아. 진짜 중요한 건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는 거거든. 근데 그게 안 되는 것 같아.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도록 두질 않는 것 같아.” 이어지는 윤의 말. “그러니까 나는 있잖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
< n분의 1을 위하여>는 7명의 작가가 쓴 고졸 취업생의 애환을 그린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최진영 작가가 쓴 ‘휴일’의 주인공 경은 최근 에스피시(SPC) 계열사 빵 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20대 고졸 노동자와 겹쳐 보이며, 이 소설집이 현실에 단단히 맞닿아 있음을 드러낸다.
이외에도 소설집의 작품들은 배달 라이더, 현장실습생, 콜센터 직원, 직장인 등 다양한 모습의 고졸 취업생들이 한 사람 몫을 다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단면들을 보여준다. 여러 작품에서 누군가의 죽음이 등장할 정도로, 가볍게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집은 아니다. 고졸 취업생이나 고교생이 이 작품집을 읽고 나면, 위로받았다고, 혹은 자신의 삶을 생각하는 자세가 조금 더 진지해졌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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